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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 설날, 울식구+막내 1월22일

babforme 2023. 2. 12. 22:17

간단하게라도 명절준비를 해야하는 나이가 되면서 엄마가 준비하던 어린시절의 명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엄마는 명절 한달전부터 옥수수를 갈아 조청을 만들고 을 고고, 과즐이라는 한과를 만들었지.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찹쌀가루를 콩가루와 섞어 반죽해 얇게 밀어 잘라 방바닥에서 널어놓았었지.

꾸덕꾸덕 마른 반죽을 기름에 지저내 조청을 바르고 쌀튀밥을 붙여서 만들었어!

엄마가 얇게 민 반죽을 지저낼 때 옆에 꼭 붙어있다가 찢어지거나 깨지는 것을 한 조각씩 주면

기름내 맡을 일 별로 없던 그 시절 정말 행복하게 받아먹곤 했지.

 엄마는 지저낸 반죽에 조청을 바르고 튀밥을 담은 체에 넣은 뒤 우리에게 흔들어 튀밥을 붙이게 했었어.

엿을 골 때 엿 퍼낸 가마솥에 뻥튀긴 옥수수와 쌀, 볶은 콩을 넣어 한주먹씩 뭉쳐 식히면

맛있는 간식인 옥수수강정, 쌀강정, 콩강정이 뚝딱 만들어졌고 말야~

콩가루나 송화가루, 검은깨가루를 조청에 버무려 다식틀에 넣어 누르면 콩다식, 송화다식, 깨다식이 되고~

설 사흘 전 쯤엔 두부를 만들었지, 아마도.

맷돌에 불린 콩을 갈아 끓이고 커단 자루에 퍼담아 콩물을 짜냈어.

콩물을 짜낸 콩찌거기는 비지가 되어 신김치 넣고 끓이는 찌개가 되었지.

콩물에 소금에서 받아놓은 간수를 넣으면 잠시 뒤에 몽글몽글 두부가 엉기기 시작하고,

아버진 몽글몽글 엉긴 순두부를 뜨끈하게 드시는 걸 좋아하셨었지.

그 순두부를 커단 베보자기에 퍼담아 맷돌로 눌러 물을 빼내면 맛있는 두부가 완성되는거.

엄마가 쌀가루반죽을 시루에 쪄내면 아버지가 떡메질을 해 가래떡을 만들었지.

떡메질을 제대로 잘해야 떡이 쫄깃하고 맛있어. 인절미는 찰밥을 해서 떡메로 다져 콩고물을 묻혀 만들었고~

커다란 안반에서 떡메질 당한 떡덩어리를 둥글려 가래떡을 만들고 덕에 바르던 들기름 냄새도 정말 좋았어.

떡국용 가래떡은 잘굳게 채반에 담아놓고, 나머지 가래떡은 떡살로 눌러 고운 무늬 정겨운 절편을 만들었지.

바람떡을 만들땐 작은 종지랑 밀대가 필요했어.

떡 크기에 맞춤하게 미리 팥소를 초밥처럼 뭉쳐놓고 작은 밀대로 떡반죽을 밀어 뭉쳐놓은 팥소를 올렸지.

밀대로 민 떡반죽을 반으로 접어 팥소를 덮으면 대강 반달모양이 만들어지는거야.

팥소를 감싼 떡반죽에 종지 반만 대고 꾹 눌러 떼어내면 반달모양 이쁜 바람떡이 만들어졌어.

모든 떡들에 들기름을 바르는 건 필수였지. 달라붙지 않고 맛있기도 하고~ ㅎㅎ

이렇게 솜씨 발휘해 떡을 만들고 나면 엄마는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그릇에 떡을 담아주셨지. ㅎㅎ

떡그릇을 들고 모가 그리 좋은지 신이 나서 달려다니며 온 동네에 떡을 돌리던 생각도 나네.

 

생각해 보면 모든 명절 음식을 몇 날 몇 칠 엄마 손으로 만들어야 했던 그때

엄마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2-30년은 적었어.

그때 여자들은 결혼하면 나이가 어리든 많든 모든 음식이나 살림살이들을 뚝딱 만들어내야 하는

도깨비방망이 스스로 장착해야 했으니 참으로 고달픈 일상이었지.

지금 나는 엄마가 만들던 과즐도 다식도 가래떡이나 바람떡, 절편 인절미도, 두부도 만들지 못해.

시장에 가면 지천으로 쌓여있어 굳이 만들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사들고 올 수 있거든~

떡국만 끓인 단촐한 설날 아침상을 보면서 괜히 식구들에게 미안해 엄마 젊은 날의 설을 생각했네.

 

엄마 없는 설 명절 두번째, 떡국 끓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요양원 엄마에게 갈 준비를 한다.

동생도 삼송에서 새벽같이 내려왔다.

 

설이라고 과즐과 동태전과 딸기를 준비했다.
이쁜 막내딸이  함께 하고 큰손주 손도 잡고~
막내딸과 작은손주와 담소중~ 기분이 아주 좋아요~
눈도 번쩍 뜨고
작은 사위랑도 인사~
재미있는 표정짓기

면회 신청을 하고 엄마는 기분좋게 나오셨다. 설날이라선지 웬지 들떠보이기도~

모처럼 막내딸과 작은딸네 4식구랑 행복한 시간, 엄마 컨디션 아주 굿이다.

설인데 떡국 드셨냐니 너무 오래살아서 자식들 힘들다고 나이 안먹으려 떡국도 안드셨단다.

95이니 지난해까지 떡국을 94그릇이나 먹은거 아니냐고~

신이 난 엄마는 이런저런 말씀도 잘하시고 엄마 어린시절, 한때 공적으로 우리나라 말을 대신했던 일본말을 하신다.

사다꼬 , 하루꼬, 미키꼬같은 이름들, 사계절, 숫자들을 일본말로 술술~

한시간 반이 넘도록 휠체어에 앉아계시는데도 들어가실 생각을 않는데 사무장만 안달이 났다.

 

설날, 엄마랑 인증샷~

자꾸만 눈치를 주는 사무장, 지금은 너무 좋아 힘드신지 모르는데 이따 면회끝나 방으로 가시면

엄마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니 그만 면회를 끝내라네.

주기도문으로 마무리기도하고 후다닥 인증샷도 찍고, 안들어가시려는 엄마를 사무장이 모시고 들어간다.

급할게 모가 있겠어. 24시간을 그져 누워있는 방인데, 좀 힘든다한들 논네가 지금 이순간 행복하고 좋으면 되는걸~

서로 억지춘향? 면회를 끝내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옆지기가 설날,

횡성까지 왔으니 횡성한우를 먹어야지 않겠냐며 우항에 있는 횡성 순한우 셀프판매점으로 차를 몬다.

 

업진살
육회-서비스

설날, 컨디션도 기분도 좋은 엄마를 보고 왔으니 우리도 기분좋게 맛있는 걸 먹자규~

업진살과 차돌과 등심과 치맛살과 먹을 수 있는 만큼 고기를 고르고,

업진살 한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방언~~!!!

오홍홍~ 넘나 좋아, 맛있쏘, 맛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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