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울식구 한가위 인사, 9월 17일 본문
한가위, 명절이라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보러간다.
울4식구에 막내를 더해 5명이 이른 아침을 먹고 엄마점심도시락을 싸들고
도로사정이 어찌될지 몰라 8시 30분 출발~
오잉~ 길이 뻥뻥 뚫려있네.
요양원 점심시간에 늦을까 했던 걱정이 넘 일찍 도착할까로 바뀌는 상황~ ㅎㅎ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랜만에 손주들 손을 잡고 기분이 좋다.
띠엄띠엄 생각나는 손주 이름에 이런저런 엄마 맘대로 얘기도 하고,
서캐서방도 왔다하니 내가 이서방을 서캐서방이라 했었지~ 기억을 되살리는 엄마!
모처럼 떠들썩한 면회시간~
어르신들은 어디 부딪히지 않아도 약해진 모세혈관이 이렇듯 터지기도 한다네.
얇다못해 투명한 미농지 같은 엄마 살가죽 아래 검게 물든 피멍~
저물어가는 엄마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슬픈 훈장?
한바탕 인사가 오가고 슬그머니 커피를 달라시는 엄마,
'거 그거 갖고 왔음 줘~ 엄마 그거가 뭔데? 니가 갖고 오는거!
ㅎㅎ엄마 커피 먹고 싶구나. 잠깐 기둘리셔. 커피드릴게.'
행복한 엄마의 커피시간~ ㅎㅎ
두유커피를 맛나게 드시고 한가위 얘기를 나눈다. 송편도 빚고 기증떡도 찌고......
'기증떡은 어케하쥬? 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반죽을 하고.....
맨드라미를 찢어 얹으면 빨강물이 들지, 흑임자를 뿌려주고~
엄마 잣도 올리고 석이버섯도 잘게 채쳐서 뿌려줄까? 그러면 좋지.
울엄마 기증떡 맛있게 만들었었는데 지금도 할 수 있어? 지금은 못해. 다 잊어버렸어.'
팥과 깨와 콩과 밤, 송편 소로 얘기를 하다 엄마는 밤 얘기에 꽂히셨다.
밤은 가시가 있어서 따갑다고, 근데 미쿡밤은 가시가 없다네. 정말~~? ㅎㅎ
오잉~ 울엄마 어디서 이렇듯 신박한 가시없는 미쿡밤을 만들어내신겨?
얘기를 나누던 손주들도 미쿡밥은 가시가 없다는 할머니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며 ㅇㅎㅎ 터진 웃음~
준비해간 점심도시락은 배불러 못먹겠다는 엄마의 거부?로 도로 챙기고......
엄마의 점심도시락을 속절없이 챙겨놓고 우린 엄마랑 한가위 면회 인증샷을 찍었다.
엄마가 점심을 요양원에서 드시기로 한 까닭에 시간이 좀은 남아 살짝꿍~
엄마가 사시던 집, 우리가 나고 자란 집을 살피러 친정동네에 들렀다.
지구리 솔밭말, 이제는 들어갈 수 없는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엄마가 심고 가꾸던 작은 화단의 꽃들도 새주인 따라 종류가 달라지고
사랑채,허물어진 흙벽으로 넘나들던 바람을 온전히 막아내는 수리된 외양간벽은 하얀 회를 덧발라 깨끗해졌다.
봉당과 맞닿은 벽 아랫도리엔 나무로 이쁘게 치마도 둘렀네.
사람이 떠나면 집도 떠나는데...... 엄마가 떠난 집, 다시 사람이 들어와 집이 생명을 얻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사람살이~!!!
안녕~ 우리집,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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