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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

엄마면회-울식구 한가위 인사, 9월 17일

babforme 2024. 9. 20. 13:50

한가위, 명절이라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보러간다.

울4식구에 막내를 더해 5명이 이른 아침을 먹고 엄마점심도시락을 싸들고

도로사정이 어찌될지 몰라 8시 30분 출발~

오잉~  길이 뻥뻥 뚫려있네.

요양원 점심시간에 늦을까 했던 걱정이 넘 일찍 도착할까로 바뀌는 상황~ ㅎㅎ

 

사진으론 분위기나는 이쁜 요양원~
기분좋은 엄마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랜만에 손주들 손을 잡고 기분이 좋다.

띠엄띠엄 생각나는 손주 이름에 이런저런 엄마 맘대로 얘기도 하고,

서캐서방도 왔다하니 내가 이서방을 서캐서방이라 했었지~ 기억을 되살리는 엄마!

모처럼 떠들썩한 면회시간~

 

피멍이 든 엄마의 손

어르신들은 어디 부딪히지 않아도 약해진 모세혈관이 이렇듯 터지기도 한다네.

얇다못해 투명한 미농지 같은 엄마 살가죽 아래 검게 물든 피멍~

저물어가는 엄마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슬픈 훈장?

 

맛있게 드시는 두유커피

한바탕 인사가 오가고 슬그머니 커피를 달라시는 엄마,

'거 그거 갖고 왔음 줘~ 엄마 그거가 뭔데? 니가 갖고 오는거!

ㅎㅎ엄마 커피 먹고 싶구나. 잠깐 기둘리셔. 커피드릴게.'

행복한 엄마의 커피시간~ ㅎㅎ

 

손주들 손을 꼭잡고 얘기중인 엄마

두유커피를 맛나게 드시고 한가위 얘기를 나눈다. 송편도 빚고 기증떡도 찌고......

'기증떡은 어케하쥬? 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반죽을 하고.....

맨드라미를 찢어 얹으면 빨강물이 들지, 흑임자를 뿌려주고~

엄마 잣도 올리고 석이버섯도 잘게 채쳐서 뿌려줄까? 그러면 좋지.

울엄마 기증떡 맛있게 만들었었는데 지금도 할 수 있어? 지금은 못해. 다 잊어버렸어.'

팥과 깨와 콩과 밤, 송편 소로 얘기를 하다 엄마는 밤 얘기에 꽂히셨다.

밤은 가시가 있어서 따갑다고, 근데 미쿡밤은 가시가 없다네. 정말~~? ㅎㅎ

오잉~ 울엄마 어디서 이렇듯 신박한 가시없는 미쿡밤을 만들어내신겨?

얘기를 나누던 손주들도 미쿡밥은 가시가 없다는 할머니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며 ㅇㅎㅎ 터진 웃음~

준비해간 점심도시락은 배불러 못먹겠다는 엄마의 거부?로 도로 챙기고......

 

딸들과 사위와 손주들 함께 한가위 인증샷

엄마의 점심도시락을 속절없이 챙겨놓고 우린 엄마랑 한가위 면회 인증샷을 찍었다. 

 

사랑채와 안채를 이어주는 대문간 빈터에 엄마가 심었던 꽃들~
첨엔 아버지, 그담 엄마 문패 그리고 이제 '천소제'라는 새로운 집명패가 달린 대문간
아버지 살아계실 때도 장작을 이렇게 쌓아놨었는데......하얀 샷시 창문 두개, 외양간이 방이 되었나보다
장작이 한켠으로 밀려나고 엄마가 심었던 벌개미취 대신 남천과 맨드라미가 살고있는 작은 꽃밭

엄마가 점심을 요양원에서 드시기로 한 까닭에 시간이 좀은 남아 살짝꿍~

엄마가 사시던 집, 우리가 나고 자란 집을 살피러 친정동네에 들렀다.

지구리 솔밭말, 이제는 들어갈 수 없는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엄마가 심고 가꾸던 작은 화단의 꽃들도 새주인 따라 종류가 달라지고 

사랑채,허물어진 흙벽으로 넘나들던 바람을 온전히 막아내는 수리된 외양간벽은 하얀 회를 덧발라 깨끗해졌다.

봉당과 맞닿은 벽 아랫도리엔 나무로 이쁘게 치마도 둘렀네.

사람이 떠나면 집도 떠나는데...... 엄마가 떠난 집, 다시 사람이 들어와 집이 생명을 얻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사람살이~!!!

안녕~ 우리집,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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