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10월23일 본문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진 날,
따끈하게 데운 두유를 싸들고 엄만테 간다.
조금씩 사위어가는 엄마의 시간을 지켜보는 일은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일이다.
그래도 쓸쓸할 엄마의 남은 시간이 외롭지 않게 그 바람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가야지~
면회실로나온 엄마는 벌써 한겨울이다.
두툼한 패딩에 모자를 눌러쓰고 꽉 감은 보이지 않는 두 눈,
눈두덩이에 선명한 멍자욱, 보이지 않는 눈으로 또 무얼하다 어디에 부딪쳤을까?
딸이 왔다면서도 그 딸이 누군지 엄마의 기억 속에는 없는데, 문득 떠오른 걸까? 그 딸이 가져왔을 커피~
'그거, 그거 갖고 온 그거 빨리 줘.
엄마 커피마시고 싶구나~ 조금 기다리셔, 뜨거우니 조심해야 돼요.
날씨가 선선해서 내가 팔팔끓여왔거든~'
커피가 생각이 안나 '그거' 달라 하시는 엄마에게 따뜻한 두유 한잔을 따라드린다.
'맛있어.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며 달게 두유 한잔을 드시고, 한잔 더 권하는 딸에게 컵을 내민다.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맛도 잃어 두유를 커피라며 맛있게 드시니......
늙는다는 건 점점 더 깊은 망각의 늪으로 들어가 그 속에 푹 잠기는거~
30여분이 지나며 엄마는 힘들어 하시고, 우리는 힘을 내 마무리 기도를 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늘에 게신 우리아버지~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기억이 나면 나는대로 안나면 안나는 대로 엄마의 기도는 이어지다 '아멘~!' 만은 확실히~ ㅎㅎ
오늘 엄마의 컨디션은 그럭저럭~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신 뒤, 요양원 간호사님이 잠깐 보자시네.
나 모 잘못한거?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며 간호사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간호사님이 엄마를 병원에 함 모시고 가면 어떻겠냐며
피가 비쳤다고 사진을 보여주신다.
9월 12일 아주 묽게 약간, 10월 11일 덩어리진 피 제법, 10월 12일 약간 묻어난 정도
병원에 모시고 가면 온갖 검사가 난무할텐데......
지금 엄마의 상태가 병원 온갖 검사들을 버텨낼 수 있을까?
어떤게 엄마에게 더 나은 결정이 되는걸까?
말짱한 정신으로 연명치료를 거부했던 엄마인데,
돌아오는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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