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엄마면회-막내랑 나랑, 10월 30일 본문
동생이 전화를 했다. 동탄병원에 오는 날, 엄만테 같이 가자고~
그래, 일정이 맞으면 혼자보단 둘이 낫지, 그렇게 엄만테 가기로 한 게 오늘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동탄한림대병원으로 출발, 병원에 도착했을 땐
꼭두새벽 어둠을 뚫고 멀리 산청에서 올라온 동생은 자주 오가기 힘든 물리적 사정이 고려돼
필요한 영상검사와 결과까지 급하게 급하게 다 나와 진료가 거의 끝난 상태~
오늘 동생의 일정은 아주 빡빡하다.
꼭두새벽에 산청을 출발해 병원, 엄마면회, 다시 일터인 산청으로 돌아가야 하는 고된 하루!
집에다 차를 두고 허허실실 저물고 있는 엄마의 시간을 함께 하려 엄만테 달려간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시커멓던 멍이 가시느라 눈두덩이 노르스름하게 변했다.
표정도 나쁘지 않고 컨디션은 나름 양호한데......
한가위 이후 달포쯤 지나 막내딸이 온 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묻는 말에 '네네'로 일관하시다 커피가져오는 사람 왔으니 커피나 달라신다.
엄마가 좋아하는 두유커피 한잔 드시고 아주 희미하게나마 막내를 기억해내고,
맥락없는 얘기도 주고받으며 두 딸과 오랜만에 '하하' 웃기도 했다.
막내딸의 애정공세에 기분이 좋아지셨나 커피도 한잔 더 달라신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엄마의 기억을 잡아보려는 딸들이
씀벙씀벙 빠져나가 텅 빈 엄마의 기억을 확인하는 허허로운 시간~
엄마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1주의 이별을 위해 기도를 한다.
주모경이 끝나고,
두딸과 인증샷을 하나 찍고 엄마는 고요한 엄마의 세계로,
동생은 저녁도 못먹고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산청으로 떠나고
나는 저녁준비를 한다.
언제나 서로 분주한 우리네 삶의 자리 한켠,
엄마의 남은 시간이 저렇듯 붉을까? 가을햇살 한자락에 연산홍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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