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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늘은 작은오빠네가 엄마를 찾았다. 울엄마 이번주엔 계탔네. 화욜엔 언제나 그리운 막내딸이, 토욜엔 큰아들 내외가, 일욜엔 작은아들 내외가 엄마를 면회하고, 엄마가 그토록 좋아하는 커피도 일주에 세잔이나 마셨으니...... 기분좋은 엄마는 주기도문도 여러번 하셨다지. 근 한달여 엄마는 몸?도 마음?도 아주 쾌청하다. 근데 묘하게 가슴 한켠 자리하는 두려움?의 실체는 뭘까?
엄마에게 가는 길, 멀기도 하다. 도로 사정 생각해 오전 9시 45분인가 출발한것이 오후 1시인데 새말에도 못갔으니...... 다음에 올 때 엄마가 좋아하는 코다리찜 해오겠다는 약속은 동생에게로 넘겨 멀리 산청에서 일하는 동생이 어린이날과 연결된 긴? 연휴를 맞아 코다리찜을 만들어왔다. 연휴에 비까지 온다니 차가 밀릴 것 예상해 아침부터 서두른 길, 큰언니는 서울서 일찌감치, 동생은 어제 퇴근 뒤 바로 울집으로 왔다. 두 아들과 언니, 동생 해서 5명이 코다리찜과 달달구리 커피, 미역국과 밥 한술을 싸가지고 엄마에게 간다. 도로에 꽉찬 차량들, 도착예정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울할머니, 유춘자여사 유명인사였어. 모두 요양원 유춘자님 면회가느라 길이 막히는거잖아~ ㅎㅎ 농담도 하며 비내려 촉촉한 마음길을 ..
옛날과 가까운 과거의 기억이 뒤섞인 엄마의 세상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오빠의 전언. 커피 드시지 말라니 짜증도 내셨다고~ ㅎㅎ 좋아하던 커피를 1주에 한번 드실수 있는 기회가 면회때인데 드시지 말라니 짜증이 날 수도..... 엄마~ 걍 드시고 싶은거 드세요.
엄마는 마스크를 하고 두 눈을 감은채 면회실로 나오셨다. 어느 요양사분이 면회준비를 해주시는가에 따라 면회실 엄마 차림새는 다르다. 유춘자씨~? 누가 왔게요? 어~ 언니? 유춘자씨 언니가 있었어요? 청량리 언니? 유춘자씨 장녀 아닌가? 오빠가 한분 계셨고 그 다음이 바로 유춘자씨잖아요? 그런가? 내가 장녀구나. 누구야? 누구긴~ ㅁ수니지. 아~ ㅁ수니가 왔구나~ 엄마~ 커피갖구 왔는데 커피드릴까? 모? 커피드린다구~ 커피? 아~ 좋아라~ 커피, 좋아~ 빨리 줘! 엄마, 커피 말고 작은 카스테라도 가져왔는데 드실려? 아니~ 싫어~ 커피만 먹을거야. 커피가 젤 좋아. 딴 건 암 것도 안먹어. 엄마는 나날이 어린애가 되어가고 딸은 나날이 늙어가고...... 인생살이 참 씁쓸하다~! 엄마~ 아까 나에게 언니냐고..
큰오빠네 면회로 엄마는 오늘도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었네. 오늘 엄마 컨디션 굿~! 이라는 오빠네 전언~ 그래도 잘 버티고 계셔서 당케요!
비가 어마무시하게 쏟아진다.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뚤린걸까? 계획대로라면 점심먹고 엄만테 가야하는데 너무 무섭게 내리는 비가 자꾸 미적거리게 한다. 지난번 면회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던 장대비에 온몸에 힘 바짝 들어간 고속도로 운전이 생각나 다시 다리와 손에 힘을 준다. 그래도 기다릴지도 모를 엄마 생각에 준비하는 간식, 그때 단톡방에 뜬 큰오빠네 엄마 면회를 소식! 오 ㅅㅈ, 앞집 아줌마가 엄마 옆자리로 입소하셨네~ 잘됐다. 엄마 사정 누구보다 잘알던 이웃사촌이 다시 요양원 이웃으로 옆자리 동무가 됐으니······. 아~ 오빠네가 엄마랑 있으니 오늘 면회는 패수하고 맘 편하게 비그친 날로 옮겨야겠다.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 속 엄마는 큰며늘과 몬 얘기중이신지 환하게..
오후 2시 30분쯤 옆지기가 보낸 톡, 퇴근하는 중이니 엄마한테 갔다오자고~ 엄마 상태에 따라 교대날짜가 왔다갔다하다가 1월 첫주 월 화 수로 교대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꼭 가야한다니 나름 또 혼자만의 엄청난 계획을 세웠나보다. 안흥 갈 준비가 안됐다니 간단히 죽이나 사가자고~ '무슨소리, 엄마 죽이 아니라 우리가 간단히 먹을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가야 함다요. 엄마는 암 것도 못드시는데 우리 먹자고 거기서 음식을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갑자기 가면 올케언니가 저녁준비에 부담이 된다구요.' 살면서 계속 느끼는거지만 남자사람들은 참 단순해 편하겠단 생각이다. 폭폭~ 쉬는 한숨이 느껴졌는지 얼른 시장가서 국이나 찌개같은 걸 사가자네. 어쨌든 꼭 가야한다는 옆지기 고집에 급하게 찾은 화..
집에 일 좀 해놓고 4시 근처에 출발한 딸을 엄마는 오래 기다리셨나보다.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딸이 반가운 엄마는 왜 이렇게 못오나 한걱정했다고 신이 나셨다. 중도실명 10여년, 이제 엄마의 기억은 10여년 전 당신이 자유롭던 그 시절까지에 머물러있다. 오늘도 엄마는 오랜 기억을 끌어올려 맞장구쳐 줄 딸에게 풀어놓는다. 아주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엄마의 지나간 일상들, 너무나 멀쩡한 엄마, 전혀 찾을 수 없는 치매?끼.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들 니가 다 해줬잖아. 세탁기, 선풍기, 뻐꾸기시계, 전자레인지, 싱크대, 장농...... 자개장농은 ㅇㅇ이네가 새거 사믄서 버린다기에 얻어온거여. 지금은 장농에 좋은 건 아니어도 이불이 그득하지만 그땐 이불이 없어서 손님이 오면 고민이었어. 한번은 원주 고모부가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