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리바람이 불면~

영월 여행 1-1, 영월 가는 길, 맛있는 밥 (7월 30일) 본문

바람불어 좋은 날

영월 여행 1-1, 영월 가는 길, 맛있는 밥 (7월 30일)

babforme 2022. 8. 2. 21:14

엄마면회갔다가 영월고씨동굴로 나들이 가자는 남편의 글이 식구 단톡에 올라왔다.

갑자기 웬 영월고씨동굴? 동굴탐방을 좋아하는 작은아들을 배려한건가? ㅎㅎ

어쨌든 울 식구들 모두 '콜~!' 

토욜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한다는 남편의 계획은 여러 이유로 한시간 정도 늦어져

9시 17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휴가철에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막힌다는 실시간 안내(티맵)를 받으며 남편이 운전을 한다.

'동수원부터 막힌다니 티맵 추천경로로 가자~! ㅎㅎ'

그게 그걸 거 같은데 운전자 맘이지, 알아서 가소!

경수산업도로 오산방향으로 가다가 동탄으로 꺾어 처음으로 가본 길을 달린다.

큰길로 달리다가 좁은 길에 터널도 들어가고 여튼 처음 가본 길, 그닥 넓지 않은 우리나라인데 길 하나는 잘뚫려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달리다보니 눈에 익은 길? 양지톨로 가는 길목이 나온다.

덜막히는 길로 안내한다는티맵 경로를 따라 달린 길,

결국 막히는 길보다 약간 덜 멈추며 많이 돌아달려 시간과 연료만 더 쓴 뒤 양지톨로 들어왔다.

영동고속도로는 휴가를 맞아 동해안으로 떠난 차량들로 가득하고

우리는 원주에서 새말까지 그 짧은 거리를 1시간이 족히 걸려서야 빠져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계신 요양원에 들러 면회 아닌 면회를 5분정도 하고

남편을 교대해 작은아들이 운전석에 앉아 영월을 향해 달린다.

 

삼형제바위-초등학교 때 단골 소풍장소
어린시절 집에서 삼형제바위까지 걸었던 길

강림방향으로 가라는 내비 말대로 달리자 눈에 익은 삼형제바위가 눈 앞에 버티고 있다.

오~ 반가워라, 얼마만이냐~!

중학교 졸업 뒤 한번도 갈 일이 없던 곳, 초등학교 6년 동안 봄. 가을로 가던 소풍 단골장소였다.

안흥초등학교 전교생이 반별로 줄줄이 걸어가던 곳,

소풍 때만 싸주던 귀한 김밥도시락과 삶은 달걀 두 개, 사이다 한 병이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눈만 반짝이는 꼬맹이가 타박타박 걸어갔던 곳!

지도 2번에서 출발해 6번 학교에 모여 반별로 출발한 애들이 7-8번 안흥장터 번화가를 지나

9번 삼형제바위에 이르기까지 평소보다 3배는 더 걸어야 했던 소풍날은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었지.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데려다주는 것이 아닌 꼬맹이들이 제 먹을 도시락가방 둘러메고 걸어가야 했으니 말야.

그래도 동무랑 손잡고 걷는 그 길에서 노래도 부르고 재잘재잘 수다도 떨며 꿈 하나는 잘도 자랐어.

바위 앞을 흐르는 주천강 맑은물과 너른 자갈밭,

그곳에서 안흥초등학교 아이들은 반 별로 학년 별로 술래잡기, 보물찾기, 수건돌리기, 노래. 장기자랑도 했었지.

따슨 햇살아래 모여앉아 먹던 김밥은 단무지만 들어있어도 맛있었어.

그때 그 아이들 햇살에 그을린 검은 얼굴과 까르르 무르익던 웃음이 그리워지네.

40년이 훨씬 지나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바라본 삼형제바위는 온통 추억어린 그리움뿐인데

오토캠핑장, 주차공간, 사진찍는 걸상, 나무데크, 안흥찐빵 캐릭터까지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우리를 반기고..... 

 

삼형제바위를 끼고 왼편으로 돌아 주천강을 가로지르는 삼형교를 건너 1.2km지방도(월현길)를 달리면

나타나는 도깨비도로, 세상에나~ 놀라워라, 제주에서만 본 도깨비도로가 안흥에도 있었다니!

하긴 중학교를 졸업한 열여섯살 초봄 아주 추울 때 안흥을 떠났으니 이 길을 갈 일이 없었네. ㅎㅎ

그러니 이길을 조금 더 달리면 영월이라는 사실도 몰랐어.

학교에서 배운 영월은 바로 옆동네가 아니라 풍부한 석회석으로 시멘트산업이 발달한 아주 먼곳이었지.

ㅎㅎ 근데 이 도깨비도로를 지나 고일재터널을 지나니 바로 영월! 

이름도 수려한 영월군 무릉도원면이라니, 구불구불 흐르는 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솔치터널

산기슭 구불구불 달리던 운학천이 주천강 품으로 안기고  솔치터널을 지나 달리니 그 이름도 정겨운 한반도면!

우리는 산기슭 사이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달려 서강을 끼고 영월 고씨동굴로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표지판들, 몬 박물관이 이리도 많누~

영월에서 최소 하루는 묶어야 되는 게 아닐까? 욕심이 나는 곳.

 

곤드레밥
아주 커단 고등어구이
더덕구이
도토리묵 무침
감자전
나물들과 함께 나온 산채정식
칡칼국수
산장식당 산채정식과 칡칼국수

작은 아들의 기막힌 운전 솜씨로 내비가 말한 도착시간을 당겨 3시 근처에 고씨동굴 주차장에 도착,

이제 늦은 점심을 먹을 차례~ 제법 많은 밥집, 어디로 갈까? 

고씨동굴 입장권 판매소에 가까운 산장식당 휴게소로 들어간다.

산채정식 2인분과 칡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니 밥상이 가득하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더라도 차려진 음식들, 제대로 맛이 있다.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거의 비우고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고씨동굴로 가볼까?

······

고씨동굴과 아프리카미술박물관 관람 뒤 아쉬운 영월 여행을 끝낸다.

 

그리고 저녁,

 

생갈비
양념갈비
냉면

늦게 먹은 점심에 영월에서 옆지기가 원하던 버섯농장 버섯전골로 저녁까지 먹으려던 생각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제 열심히 달려 집으로 가야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에서 오늘 여행을 마무리하는 저녁밥!

생갈비와 양념갈비, 입가심 냉면까지 오늘 영월 여행을 버무려 맛있게 먹는다.

 

예쁜 계곡과 산능성들, 그안에 아기자기 볼거리들이 있는 영월, 그곳에 다시 가 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