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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좋은 날

일본나가사키6, 시츠성당, 침묵의 비, 재밌는? 점심

babforme 2023. 5. 3. 16:02

엔도 슈사쿠 문학관을 나오며 주차장 근처에 있는 작은 휴게점에서 

다른 길동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나도? 아니 아니~ 나는 커피가 좋아~

작은 휴게점에서 아이스크림 대신 받아든 아메리카노 한잔~ 왤케 좋은겨~ ㅎㅎ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두번째 미사를 드릴 시츠성당으로 달려가면 되는구만~!

 

엔도슈사쿠 문학관에서 시츠성당은 아주 가까웠다.

10-15분 정도 바다와 숲을 넘나들며 좁은 산길을 구불구불 달린듯 싶다.

 

시츠성당 안내판
성당가는 길에 만났던 홑겹흰장미와 곤충 친구들~
높은 축대 위로 난 조 좁은 길을 따라 가라는 이정표
마침내 축대 아래로 아담한 시츠성당이 보인다.
시츠성당 종탑 위 성모님
성당 안-열린 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라......
성당 안 마루바닥과 무릎꿇기틀
제대쪽에서 찍은 시츠성당-물때 낀 벽과 종탑의 십자가 그리고 성모상

1882년 프랑스의 명문가 출신 드로 신부님이 소토메에 처음 세운 성당, 시츠성당!

그때  소토메는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고립된 곳이었다지.

드로신부님이 이 고립무원의 땅, 소토메에 일생을 바치면서 나가사키의 한 산 속 가난한 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대.

정어리 공장, 제분 공장, 일본 최초의 마카로니 공장에 이어 방파제가 설치되고 구조원과 약국도 세우고......

목판과 석판화를 찍어 교리 교육도 하고 일반교육.문화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드로신부의 손길~!

드로 신부님의 눈물나는 사랑과 피나는 헌신이 자양분이 되었겠지.

나가사키의 후미진 산골 마을, 이 시츠성당에서 2명의 추기경과 300여 명의 성직자가 나왔다니.

 

시츠성당은 작고 소담했다. 

낮은 삼각 박공지붕, 하얀 종탑 위의 성모상과 십자가만 아니면 성당인지도 모를 단촐한 건물,

군데군데 벗겨진 칠과 하얀 벽면에 시커멓게 드러난 물 때, 세월이 내려앉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소토메의 작은 성당은 그래서 오히려 소토메와 잘어우러지고

박해 속에 250여년을 숨어 살던 소토메 신자들의 깊고 오랜 신앙을 잘 보여주는건지도......

규모나 화려한 장식, 건축 양식에서 어마무시했던 유럽의 성당이나 우리나라 성지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화려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와닿던 낡은 성당! 

 

침묵의 비-엔도슈사쿠가 직접 쓴 글씨, '인간은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 푸르기만 합니다.'

시츠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뒤 바다가 보이는 땅끝에서 만난 침묵의 비!

나가사키의 외딴 바닷가, 소토메(바깥바다)를 할퀴며 달려드는 바람만 자유로운 이 땅에서

비로소 척박하지만 삶의 자리를 허락받았던 가쿠레 기리시탄들~

침묵의 비에 쓰여 있는 저 문구가 오히려 절규가 되는 시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점심을 먹었던 나가사키의 한 중식당 천정 장식-용과 봉황이 천정 가득이네. ㅎㅎ
넓은 홀- 제법 규모가 있는 중식당인듯~
감자볼? 튀김
일본식 탕슉?
일본식 마파두부?
튀긴 면에 색깔 어묵과 버섯, 해산물과 돼지고기, 양배추를 넣어 만든 소스를 뿌린 묘한 음식

나가사키에선 아주 흔한 음식같은데 색감이 참 묘하다.

튀긴 가느다란 면 위에 분홍과 연두색 어묵, 돼지고기와 양배추, 해산물인가 (길쭉한 갈색 재료)에

녹말을 풀어넣어 만든 걸쭉한 소스를 뿌렸다.

소스의 비주얼과 까칠 딱딱해 보이는 튀긴 면에 그닥 손이 가진 않았어. ㅎㅎ

찾아보니 이 묘한 비주얼의 음식이 '사라우동'이었네. 

 

마파두부?에 밥을 먹는다.
션하게 맥주도 한잔 마시고,
그래도 많이 비웠다. 까칠해 보이는 튀긴 면(사라우동)이 많이 남았네. ㅎㅎ

시츠성당 미사 뒤 다음 일정에 따라 평화공원 근처의 한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버스에서 나가사키 짬뽕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먹은 건 나가사키 짬뽕이 아닌 나름 요리류? ㅎㅎ

그래도 좀 더 괜찮은 점심을 제공하고 싶었던 가이드님의 배려였던듯한데

차라리 나가사키 짬뽕을 한그릇씩 먹는게 낫지 않았나 싶은~ ㅎㅎ

 

나가사키 짬뽕

처음 만든 사람은 천핑순이라는 화교로, 19세기 일본에 정착하여 자신이 머물던 푸젠성의 지방 요리인 

탕육사면에 해산물과 어묵 따위 자신만의 재료를 더하여 만든 것이라네. 
이 나가사키 짬뽕의 원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9년인데,

당시 일본으로 유학 온 중국 유학생들의 저렴한 끼니 해결잔반처리용으로 고안된 음식이라고.

처음엔 '시나(支那, 차이나) 우동', '주카(中華, 중화) 우동'이라 했으나 후에 '잔폰(짬뽕)'으로 이름을 바꾸며

'나가사키 짬뽕'이 되었다?는데 일본어 잔폰은 '뒤섞다'라는 뜻이래.

나가사키 짬뽕은 카스테라와 함께 나가사키 양대 명물!

참고로 천핑순이 개업한 가게인 시카이로는 지금도 4대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나~

 

나가사키에 와서 나가사키 명물인 나가사키짬뽕을 맛도 못보고 가네. 흐엉엉~

어쨌든 배도 채웠고 이제 원자탄이 투하됐던 평화공원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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