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푸르니 고우니 편지 (53)
소소리바람이 불면~
창턱에 내놓은 오렌지자스민 베란다 창턱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던 오렌지자스민이 그사이 작은 꽃망울을 잔뜩 키우고 있다. 생명은 경이롭다. 좁쌀보다 작았던 꽃망울들이 1주를 넘기며 쌀알보다 좀 더 커졌다. 곧 꽃을 피우리라. 지난해 5월 심은 씨앗에서 싹이 터 녹색 잎을 보인 1년여~ 이번이 4번째 꽃피우기다.
지난 달 26일에 심었으니 만냥금 씨앗을 심은지 꼭 한달, 흙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화분엔 아직 변화가 없다.
잘자라고 있는 오렌지자스민 앞서니 꽃망울이 제법 커졌다. 이정도면 2-3일 안으로 꽃을 피울 것도 같다. 누렇게 뜬 잎을 모두 떨궈낸 뒤따르니도 작은 꽃망울을 안고 있다. 앞서니 꽃망울이 곧 터지려나보다. 꽃잎이 거의 흰색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쁜 꽃망울 3개가 떨어져 있다. 어디 아픈걸까?지나치게 많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더니.... 드디어 꽃이 폈다. 세상에나~ 자고 일어나니 오렌지자스민이 꽃을 피웠다. 이쁘다. 키 9.5cm, 직경 14cm, 줄기 굵기 겨우 3mm 정도인 친구가 피워낸 또 다른 우주 하나~ 앞서니는 이제 꽃이 이울어가고, 뒤따르니는 한송이가 곧 필듯 꽃망울을 키웠다. 앞서니와 뒤따르니 모두 앙증맞게 피웠던 꽃들을 떨구고 다시 작은 우주를 펼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5월 '전직' 모임이 있던날, 안젤라 형님댁에서 만냥금 열매를 나누어 받아왔다. 형님이 끓인 팥죽으로 맛나게 점심을 대접받고-안타깝게도 팥죽사진을 못찍었다. ㅠ ㅠ 맛난 점심 뒤 차를 마시며 이쁜 천사 손녀를 본 아녜스님에게 부러운 마음으로 한껏 축하도 하고~ 집에서 코로나 시국 잘 이겨내기에 대한 수다꽃을 피우다. 맘둘 곳 스스로 찾는 방법들이 오고가고, 그중 하나 - 반려식물키우기가 단연 으뜸! '꽃집에서 편하게 업어오기보다 씨앗으로 싹 틔우기부터 하리라~' 모두들 대단한 각오에 형님집에 주렁주렁 매달린 만냥금 열매와 아녜스 형님이 가져온 오렌지자스민 열매를 나누어받는다. 지난해 아녜스형님에게 받은 오렌지자스민 씨앗으로 싹틔우기에 성공한 나는 만냥금 열매만 챙겨오고~ 백량금 Ardisia crenat..
5월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사이 오렌지자스민도 자리를 잘잡았다. 자세히 보니 앞서니가 꽃망울을 옹기종기 품고 있다. 약도 뿌려주고 영양제도 뿌려주고, 송화가루도 씻어내고 제법 말끔해진 오렌지자스민~ 또 열흘이 지났다. 앞서니는 꽃망울을 조금더 키우고, 뒤따르니는 이제 병색을 벗었다. 흐른 시간만큼 두 친구가 자랐다. 꽃망울도 뚜렷하고, 창턱에서 맞는 5월의 햇살이 오렌지자스민 위에 건강하게 머물고 있다.
이사 뒤 정신이 없게 2달이 흘렀다. 그사이 오렌지자스민도 작은 베란다 창가에 방치(?)되고..... 3월엔 사진 한장도 찍어주지 못할만큼 내가 지쳐있었다. 이제 다시 오렌지자스민 얘기에 귀기울여야지. 뒤집어 쓴 송화가루로 씻어내고, 약도 뿌려주고.....
이사하면서 한동안 식물 동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더하여 동백이는 정말 이쁘게 꽃을 피우고 있던 샤워터라 꽃이 지면 살피리 미루고..... 그렇게 미뤄둔 식물동무들에게 눈을 맞추다 미안해진다. 세상에나~ 힘들었겠다. 동백이가 꽃을 달고 있는 내내 깍지벌렌지 개각충인지 그 끈질긴 놈들이 따뜻한 날씨에 기지개켜고 나와 다시 푸르고 빛나는 잎사귀에 끈끈한 액체와 함께 달라붙어 있었다. 급한대로 샤워를 시키고, 며칠 부쩍 웃자란 가지들을 손질한다. 샤워물기가 마르고 동백이와 함께 이사와 작은 베란다에 살고 있던 식물친구들 모두 모아 방제를 한다. 깨끗이 씻고 벌레약 세례를 받고 한층 깔금해진 식물동무들~ 벌레와 싸워 꼭 이기자!!!
겨울 바람이 불며 바로 거실로 옮겨 온 오렌지자스민은 이번 추위를 간단히 비껴갔다. 기온이 오르고 햇살이 퍼진 오늘, 뒤늦게 덮어준 이불을 걷어 확인한 베란다에서 얼어버린 친구들 모습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제발 뿌리래도 성하길~ 베란다에 있던 친구들이 뜻하지 않게 동상을 입은 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는 친구들~ 근데 일찍 거실로 들어온 오렌지자스민도 뭔가 이상하다. 가루이인가? 아님 진딧물? 게다가 앞서니는 큰잎 하나에 병흔이 보인다. 햇살이 퍼져 좀 더 따뜻해진 시간 베란다 그늘에서 약을 뿌려주고...... 다시 자세히 살핀 오렌지자스민에 벌레흔적이 여전하다. 아~ 동백이에게 붙어 끈질기게 살아남아있는 고약한 그녀석이다. 다시 약을 흠뻑 뿌려주고 제발 잘 이겨내기를...... 세번째 약뿌려주기-..
지난 수요일부터 몰아친 추위에 베란다에서 터잡았던 식물들이 꽁꽁 얼었다. 세상에나 어쩔~!!! 지금껏 이런일이 없었는데, 당혹스럽다. 설마하니 베란다의 식물들이 얼거라곤 전혀 생각못했던 상황! 모두 얼어버렸다. 꽃망울 조롱조롱 맺힌 동백나무와 산호수 두 그루만 멀쩡하다. 올해 씨앗심어 싹이 튼 어린 오렌지자스민은 겨울되며 거실로 들여놨으니 화를 피했고, 동상 심한 친구들 살수 있을까? 살아날까?
12월 2일 11월 25일 거실로 들여놓은 놈들이 저마다 일을 하느라 바쁘다. 한동안 꽃봉오리를 좁쌀처럼 매달고 딴청을 부리던 놈들이 지 나름대로 일을 하고 있다. 앞서니가 두번째 꽃망울을 터뜨릴 때 뿌리근처에서 가지 분화를 하던 뒤따르니가 거실로 들어와서는 꽃봉오리를 무더기로 키우고 있다. 앞서니는 이제 꽃망울을 좁쌀크기로 내버려둔 채 새순에 집중하는 모양새고~ 12월 9일 앞서니는 새로운 잎을 쑥숙 키워내고, 뒤따르니는 꽃망울을 온전히 키워내고 있다. 다음주 정도면 5송이의 꽃이 차례로 피어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우울한 일상에 잠깐 햇살 환한 봄이어도 좋겠다. 12월 12일 세상에나~ 어쩔~ 야심차게 꽃봉오릴 잘키우던 뒤따르니가 거실로 들여와 몸살이 났는지 꽃봉오리 하나를 떨어뜨렸다. 12월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