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7 (20)
소소리바람이 불면~
오랜만에 엄마에게 다녀왔다. 생협에서 본 장이 배달되는 날짜에 맞춰 엄마에게 가는 일정을 잡았다. 배달온 도가니를 손질해 푹 고아 탕을 끓이고 화서시장으로 포도를 사러간다. 칠레에서 수입된 씨없는 청포도를 좋아하시는데 없다. 알이 잔 붉은 포도만 보인다. 이번엔 과일은 패수다~ 엄마의 밥상을 차릴 도가니탕과 카스텔라를 챙겨 집을 나선다. 울집 세남자도 도가니탕으로 끼니를 해결함 되니 집을 비우는 맘이 나름 편하다. 요양 선생님이 근무 끝내고 돌아가면 적막강산인 집. 혼자 떠드는 TV만이 엄마의 벗인데 오늘은 맞장구쳐 줄 딸이 있어 한껏 좋아진 기분~ 내가 잘모르는 예전의 기억 속 일상들을 풀어놓으신다. 엄마는 밥과 빵(카스텔라나 파운드케잌)을 함께 드신다. 언젠가부터 밥 한 숟가락에 빵 한 조각을 드셔야..
야트막한 산 기슭 아래에 있는 붉은벽돌의 이쁜 성당, 한번 들러봐야지 했던 안흥성당에 엄마에게 왔다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코로나19 여파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 채 밖에서 몇 컷 찍은 성당 외관은 작은 면소재지에 있는 성당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커보였다. 이렇게 이쁜 성당 어느 한 켠에 지금은 1달에 한번 모시는 봉성체와 묵주기도로 신앙생활을 대신하는 엄마의 손길도 녺아 있을터, 가슴이 아려온다. 중학교 들어가서야 '공소'라 부르는 천주교 시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군에서 막 제대한 뒤 발령받아 오셨다는 스포츠머리의 체육선생님은 촌아이에게 최고의 우상이었고 가슴설레는 존재였다. 그 멋진 선생님이 다닌다던 천주교회-그래서 알게 된 공소, 그 공소에 다니던 친구에게 '공소예절'이라는 작은 ..
여전히 아무일도 없었다. 지난 5월 26일 심은 만냥금 씨앗, 두 달을 꽉 채워 넘기고도 여전히 꿈을 꾸나보다. 조금 더 기다리면 새로운 우주가 펼쳐지리니~
창턱에 내놓은 오렌지자스민 베란다 창턱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던 오렌지자스민이 그사이 작은 꽃망울을 잔뜩 키우고 있다. 생명은 경이롭다. 좁쌀보다 작았던 꽃망울들이 1주를 넘기며 쌀알보다 좀 더 커졌다. 곧 꽃을 피우리라. 지난해 5월 심은 씨앗에서 싹이 터 녹색 잎을 보인 1년여~ 이번이 4번째 꽃피우기다.
이테아 이테아과 Itea virginica 시장에 다녀오다가 아파트 정원에서 이 친구를 보았다. 처음 본 친군데 넌 누구니? 말도 걸어주며 어깨에 장바구니를 맨 채 쭈그려 앉아 사진을 찍는다. 꽃이름을 불러주고 싶을 때, 도움을 받는 모야모님들께 도움을 청하고 님들은 고맙게도 바로 이 친구 이름을 불러주셨다. 그렇게 찾은 이름 '이테아' 이름을 검색하니 저 먼나라 조립식 가구, '이ㅇ아'만 뜬다. ㅎㅎ 하여 모야도감의 도움으로 이 친구와 조금 더 친해지기- 북미동부 원산의 잎지는 키작은나무. 잎은 어긋나기하며 타원형,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있고 잎뒤 잎맥에 흰색털이 있다. 가을이면 오렌지-붉은색 단풍이 드는 이쁜 나무. 5-6월 쯤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달콤한 향의 흰색꽃이 핀다. 꽃잎5장, 수술5개..
코로나19로 5개월여 중단된 전직모 모임, 단톡에 3월 9일 모임 공지가 떴다. 1월에 훌륭한 아드님 혼사를 치룬 아녜스님이 이미 밥집까지 예약을 한 상황~ 코로나19는 사람살이 대소사에 초대인원까지 제한하는 횡포를 부리며 사람들을 옥죄고, 난생처음 '줌'으로 혼사에 참석하는 웃픈 현실도 맞닥뜨려봤다. 이러저러 힘든 가운데 혼사를 치른 아녜스님이 답례로 밥을 살겸 오랜기간 못한 모임을 진행하는 걸로 공지가 뜬 것. 하여 간막이한 밥집에서 밥상 당 3명씩 숫자 맞춰 조심스레 맛있는 밥을 먹고 찻집으로 이동하다 수정된 계획, 찻집이 아닌 안젤라 형님네서 차 한잔 하기로. 아아~ 여기서 감동!!! 안젤라 형님집에서 커피와 케잌이 세팅된 뜻밖의 환갑놀이~ '불놀이야~'가 아닌 '환갑놀이~' 올해 칠순인 안젤라형..
작은아들이 인터넷에서 열심히 쇼핑한 옷들이 왔다. 세탁기에 한번 돌린 바지를 입어보더니 장난끼 가득 담아 주절주절~ '엄마~ 코로나 시국이라 밖에도 안나가고 심심할텐데 재봉틀 한번 꺼내시죠, 놀면 뭐해요, 용돈벌어야죠~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댓가 작은아들이 책임집니다.' 반바지는 바지통을 좀 줄이고 긴바지는 길이를 잘라 손봐달란 야그다. 오옹~ 알았으 대답은 했으나 귀차니즘에 며칠이 지난다. 그러다 문득 정말 놀면 뭐하나 대오각성? 아님 용돈벌이? ㅎㅎ 고이 모셔두었던 재봉틀을 꺼내 준비 완료. 바짓단을 뜯고, 길이를 자르고 드르륵드르륵 신나게 박음질~ 귀차니즘을 극복한 엄마의 작업에 완전만족한 작은아들, 정말로 노동의 댓가를 주네~~ 바지 3장 간단히 손봐주고 거금 십오만원 - 이거 짭짤한데...... ..
내 나이 서른살, 나름 열심이던 가톨릭신자를 만나 관면혼이란 성사를 받고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서른살 늦가을 엉겁결에 세례를 받고, 이런저런 삶의 까닭들 마음에 담으며 30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내 삶의 반 가까이 살았던 동네에서 이사를 하면서 교회봉사자로 활동했던 모든 날들도 정리됐다. 상처깊은 마음 보듬고 그래도 살아보려 어린아들 손잡고 갔던 교구성경봉사자회, 본당교리교사로 활동했던 세월이 추억으로 쌓이는 날들~ 남편과 신앙 갈등으로 쌓인 상처 안고 찾았던 성경봉사자회- 그곳에서 살 힘을 얻었던 17년, 최소 20년은 봉사하리 먹었던 맘을 건강상 이유로 조직에 민폐는 되지 말자 20년을 코앞에 두고 정리를 했다. 공도성당 성경봉사자로 파견된 2007년부터 시작된 본당 교리교사, 2021년 부..
행복했던 제주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 2박3일 여행의 끝날~ 아침은 조식 뷔페로.....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오름과 제주의 풍광이 아름다운 식당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가슴에 꼭꼭 눌러담으며 아침을 먹는다. 제주 중산간 오름과 숲으로 둘러싸인 리조트, 코로나시국에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뷔페식이 부실한 느낌~ 그래도 숙소로 넘나들던 제주 산간 안개자욱한 몽환적인 길들과 식구들 함께 한 여행이 환상이었으니 행복하게 체크아웃~! 2박3일의 환상적이었던 환갑여행은 끝이 났다. 이제 삶의자리에서 부끄럽지 않게 나잇값하고 살 궁리 제대로 해야 할 때, 애써보자~!!!
40년 이상을 서로 모르고 살던 우리가 이렇게 오랜 기간 좋은 사이로 살아내는 걸 보면 꼭 만났어야 할 운명이었지 싶다. 서로 다른 삶의자리에서 시간 맞춰 한 번 보기도 힘든 날들~ 더하여 코로나19까지 보태주는 참 자유롭지 못한 일상을 뚫고 오랜만에 이사한 우리집에서 만났다. 처음 우리가 YWCA에서 만났을 때 아마도 10명이 넘었을 걸~ 그렇게 만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다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얼굴들 뒤로 하고, 슬프게도 얼마 전 한 아우님이 더 큰뜻을 품고 떠나가 이제 5명이 남아 이십 년 세월을 헤아린다.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며 가는 인생길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땐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이기를~ 오전, 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나 지금 모던하우스인데 냄비와 후라이팬 어떤 걸 살까?'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