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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선생님들과 수업 모임 뒤 실실 팔달산에 오르다. 어제 갑자기 눈내리더니 오늘은 소소리바람이 코끝에 알싸하다. 수원천 가에 버드나무들 연두색 눈을 틔우고, 팔달산 등성이 소나무엔 딱따구리가 왔었나보다. 성곽 틈을 비집고 애기똥풀이 얼굴을 내밀고, 청부싯깃고사리도 인사를 한다. 자리를 잘잡은 거미고사리- 어제 차가운 눈세례를 피한듯 한데, 꼬리고사리(?)는 어제 그 눈 고스란히 맞고 사색이 됐다.
봄비는 내리고, 약속은 오래전에 해놓았고, 지금 내가 할일은 후딱 씻고 길 나서기다. 함께 한 길동무~ 떨어진 나뭇가지를 실로 묶어 표현한 예~~술도 감상하고 봄내음 가득한 맛난 것도 먹었다. 소나무 빼곡한 숲으로 난 길도 걷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새순이 튼다. 봄바람에 조팝나무 잎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생강나무꽃망울이 잔뜩 부퍼 며칠안에 노라니 피어나 '점순이와 나'를 쓰러뜨릴 것도 같다. 이런 날은 노랑색 우산이 제격이다.
통영-동피랑 미륵산(케이블카 타고) 장사도(배 타고) 같은 시에 살면서도 큰맘 먹어야 얼굴 한번 보는 게 다였는데...... 아이들 다 키운 동무가 통영으로 삶터를 옮긴 뒤였다,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하여 수원에 사는 동무 셋이 뭉쳐 겸사겸사 통영으로 떠났다. 관리를 잘해 많이 회복된 동무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건강했다. 참 다행이다. 참 좋다. 동피랑 통영검찰청 앞의 전망좋은 '통영생선구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먹고, 동피랑 벽화마을에도 댕겨왔다. 좁은 언덕길을 돌고돌며 벽마다 이쁘고 재밌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통영중앙시장 뒤쪽 언덕의 낡고 허름한 마을에 그림꽃이 핀 것! 아파트촌으로 상징되는 개발과 철거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했다. 커피와 그 유명한 ..
훌쩍 떠나지 못할 일도 아닌데 일상에 발목이 잡힌채 떠나는 꿈만 꾸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가자~!' 에 생각이 미치자, 떠날 준비는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숙소를 예약하고, 최소한의 짐을 챙겨 그렇게 떠났다. 바쁠 것도 급할 것도 없이 쉬엄쉬엄..... 바다가 보이는 예쁜 휴게소, 동해휴게소에서 가락국수로 여유롭게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눈부신 망상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솔비치로 가는 길목, 동해휴게소에서 바라본 바다 2017. 11. 9. 솔비치 밤풍경 2017. 11. 9. 숙소에 짐을 풀고 삼척항으로 간다. 갈매기가 가까이 날아드는 삼척항 한 횟집에서 넙치와 우럭과 방어 회를 뜨고, 수완 좋은 사장님의 인심은 멍게와 오징어로 넉넉하다. 모듬회와 매운탕, 갓지은 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