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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화욜 엄마를 요양원으로 떠나보낸 뒤 오빠네서 한밤자고, 수욜 오전 세딸들은 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막내 차열쇠 찾으러 급하게 안흥다녀와 저녁먹고 막내가 산청으로 떠났다. 온몸 온맘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깊은 울음, 힘든 시간이 흐른다. 그냥 이약 저약 먹고 혼미하게 자고 또 자고, 울고 또 울고 머리로는 끄덕여지는데 가슴에선 애써도 안된다. 어지럼증을 견디며 식구들 밥은 줘야지 상을 차리며 내목에선 자꾸 걸리는 밥, 그렇게 힘든시간 버티는 중 식구 톡에 올라온 글하나, 그동안 엄마를 보살펴주던 요양 선생님이 보낸 글, 멀리 있는 피붙이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훨 나음을 이 톡에서 본다. 나는 엄마에게 일주에 3번 못갈게 분명한데 요양선생님은 1주에 3번 면회를 약속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울엄마가 ..
텃밭에 대놓았던 차를 돌려 엄마 모시기에 편하게 빼놓고 들어오니 엄마는 여전히 '아무데도 안갑니다'를 반복하고, 차빼러간 나를 찾으며 엄마가 했다는 얘기를 벌개진 눈으로 큰언니가 들려준다. '00아 00아~ 너 하나도 안미워했어. 내가 너를 왜 미워해~!' 엄마 건강이 급격히 안좋아지며 올 때마다 '보기도 싫다, 다시는 오지 말라, 미운년 또 왔네, 아이구 지겨워, 목소리도 듣기 싫어' 화내고 소리지르고 주먹질에 발길질하던 엄마가 차빼러간 사이에 저런 말씀을 하셨다고. 큰언니는 엄마가 너 미워서 그러신게 아니라며 눈물바람이다. 아무데도 안간다고 입으로만 버티던 엄마는 결국 떠들썩한 요양원원장에게 덜렁 안겨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내 차에 태워졌다. 엄마 옆에 큰올케언니가 타고 조수석엔 떠들썩하니 말만 ..
밤새 안녕?했던 엄마의 아침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엄마를 안아일으키다 갑자기 '우두두~' 나는 소리, 순간 움직일 수 없는 허리, 어쩔? 큰언니랑 함께 엄마를 가까스로 화장실로 모시고, 엄마는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계셨으나 오줌량은 겨우 새오줌만큼이다. 민폐끼치기 싫은 엄마의 성정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을 오래 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때문일까? 엄마의 배변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다. '엄마~ 화장실 들어온김에 아예 목욕할까? 낼모레 신부님 봉성체 오실때 엄마 깔끔하면 좋잖아요. 그래, 그럴까~? 그럼 좀 씻겨줘!' 엄마 마음 변하기 전에 목욕걸상 챙기고 따뜻한 물을 받는다. 처음 본 엄마의 벗은 몸은 사윌대로 사위어 뼈만 앙상하다. 살면서 엄마랑 목욕 한번 해보질 않았으니...... 큰언니..
방배동 큰언니와 산청 동생이 얼추 같은 시간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늘 엄마랑 마지막밤을 보내기 위해 친정집에 간다. 점심으로 먹는 짜장면과 소고기탕면과 어향가지볶음! - 서로 맛있다면서도 목이 메인다. 아버지가 이웃목수와 함께 지은 집, 아버지가 그집에서 돌아가셨고 엄마도 그곳에서 이세상 떠나실거라 막연히 믿었던 집에서 엄마는 하늘나라가 아닌 요양원으로 떠나셔야 한다. 엄마가 요양원으로 떠나고 나면 아버지와 엄마의 한평생, 아픔과 기쁨과 삶의 온갖 풍상 다겪어낸 그집에 엄마는 다시 돌아올 날 있을까?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누워계신다. 미운년 또 왔다고 냉기가 돈다. 친정에 왔다 강릉으로 돌아가던 오랜 친구 ㅈㅇ이가 엄마보고 간다고 들렀다가 놀란다. 십년 넘도록 서로 다른 삶의자리에서 만나지 못했..
오후 2시 30분쯤 옆지기가 보낸 톡, 퇴근하는 중이니 엄마한테 갔다오자고~ 엄마 상태에 따라 교대날짜가 왔다갔다하다가 1월 첫주 월 화 수로 교대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꼭 가야한다니 나름 또 혼자만의 엄청난 계획을 세웠나보다. 안흥 갈 준비가 안됐다니 간단히 죽이나 사가자고~ '무슨소리, 엄마 죽이 아니라 우리가 간단히 먹을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가야 함다요. 엄마는 암 것도 못드시는데 우리 먹자고 거기서 음식을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지금 갑자기 가면 올케언니가 저녁준비에 부담이 된다구요.' 살면서 계속 느끼는거지만 남자사람들은 참 단순해 편하겠단 생각이다. 폭폭~ 쉬는 한숨이 느껴졌는지 얼른 시장가서 국이나 찌개같은 걸 사가자네. 어쨌든 꼭 가야한다는 옆지기 고집에 급하게 찾은 화..
지난달 17일 엄마의 치매를 확인한 뒤, 요양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동안은 그냥 지금처럼 재가서비스 받고 자식들이 오가며 엄마 90평생의 고향에서 무난하게 엄마의 일생이 마무리되기를 원했다. 딸이라 때때로 엄마에게 요양원얘기를 꺼냈어도 정말 요양원까지 가지 않으셨으면 했는데, 이젠 안되지 싶다. 치매검사를 하기 전 주, 엄마에게 다시 꺼냈던 요양원 얘기에 요양원엔 가고 싶지 않다던 엄마, 그러면서도 '내가 아무리 가기 싫어도 자식들이 어쩔수 없어 가야 한다면 가야지. 내가 힘이 있나.....' 흐려지는 말꼬리에 엄마 마음이 읽혀 왈칵 눈물이 솟았었다. '엄마 지금처럼만 하면, 더 정신줄 놓지 않고 밥 잘드시면 요양원 안가도 돼. 잘할 수 있지?' '어쩔 수 없어......'가 끝내는 순리가 되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