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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바람이 불면~
아부다비에서 둘째날이 밝기 시작한 새벽 4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아주 오랜 동무 ㅈ연이었다. 울나란 지금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9시, 이곳과 5시간 빠른 시차~ 재밌게도 8년전인가 로마의 어느 성당 쯤에서 ㅈ연이의 전화를 받았었지. 오늘은 아부다비의 한 호텔 침대에서 선잠에 뒤척이다 전화를 받는다. 코 찔찔이 어린시절부터 오랜 동무라 어쩌다 한번씩 전화로 생사만 확인하며 살아도 믿거라 서운하지도 노엽지도 않게 늘 그 자리에 있는 동문데, 코빅19로 발묶여 있다가 아들의 출장 길에 따라나선 참, 낯선 땅 아부다비에서 첫밤을 보낸 새벽에 동무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 면회 좀 가려고~ 혹시 시방도 면회 금진가 싶어서..... 아냐~ 지금은 면회돼. 내가 나오기 전에 엄마 면회하고 왔어. 지금 아부다비야..
생각보다 오전 일정이 빨리 끝났다. 오후에 엄만테 갈 수 있을 것 같다. 애들 찬스까지 다쓰며 끌어모아 이사나가는 세입자분 전세금 돌려준 날, 묵지근하게 다리를 붙잡던 산 하나 넘은 느낌으로 홀가분하게 엄마에게 달려간다. 1시간 3-40분을 달려가 3-40분 엄마면회를 하고 2시간을 달려 돌아오는 엄마면회 일정! 이젠 제법 엄마도 나도 익숙해진 일정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직까진 맑음이다. 포도 한조각과 케잌 한꼬집 정도 드시고 더 이상 안드시겠단다. '엄마 밥은 잘드셔? 잘먹지. 얼만큼 먹는데? 많이 먹지. 많이 먹으면 화장실도 잘 가시겠네. 그럼~ 많이 먹으니~ 아, 그럼 딸이 걱정할 게 없네. 엄마 잘드시고 잘 내보내고 하면~' 말씀은 그리하시나 집에서보다야 훨 낫지만 그닥 잘드시진 않는듯하다..
엄마에게 2주만에 가는 길, 코로나19 시국에 입원한 큰아들과 1주간을 병실에 갇혀?지냈다. 그리고 큰놈 퇴원하고 1주만에 엄마를 보러간다. 엄마보고 돌아오며 생협에 주문해놨던 절임배추를 찾아야 한다. 올핸 전달보다 거의 1달 먼저 김장을 하기로 했다. 절임배추 배송 시작하며 바로 우리집 김장이 시작되는셈. ㅎㅎ '엄마~ 누가 왔게? 누가 오긴 누가 와~ ㅁ수니지. 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만 들음 대번에 알지~ ㅁ철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어. 그래서 지난주에 못왔어. 에구~ 저런 어째~ 어디가 아파서 입원을 했어. 수술했어요. 위에 혹이 하나 난게 커져서 교수님 일정이 비는 날 급하게 날짜를 잡아 수술했구, 이제 수술잘돼서 퇴원했어.' 'ㅎㅎ 엄마 지난번에 ㅁ철이 아부다비 출장간다니 엄마도 가신다..
어제 엄마에게 가려했으나 묵주기도 성월 마무리 모임과 겹쳐 하루 미뤘다. 간단하게 간식을 챙기고, 부지런히 달려가는 길~ 면회 신청을 하자 사무장님이 코로나검사 키트를 건넨다. 이 좁은 바닥에 갑자기 10명이 넘게 감염자가 나왔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검사를 해야 하네요. 어르신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에고~ 어쩌다가 글케 많이 감염이 됐을까요?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도 아닌데.... 다행히 검사결과는 음성, 하마터면 엄마를 못볼뻔 했네~ ㅎㅎ 엄마가 방에서 천천히 나온다. 누가 왔게? ㅁ수니냐? 어떻게 알았어? 내가 ㅁ수닌줄 단번에 알고~엄마 아주 대단한데..... 지난주에 막내가 와서 좋았지? 막내가 보낸 사진엔 엄마가 눈도 번쩍 뜨고 환하게 잘웃던데.... 엄마는 막내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
토욜, 엄마에게 간다고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는 저멀리 산청에 직장이 있는지라 엄마를 보러 갈 시간을 내는게 만만치 않다. 그런 동생이 이런저런 일도 볼겸 엄만테 가는 중이라고~ 엄마가 좋아하시겠다. 엄마. 아버지의 자식들 중 가장 긴 세월인 20년을 젊었던? 엄마와 아버지랑 함께 한 막내, 그 막내가 엄마한테 가고 있단다. 얘기도 잘하시고, 웃기도 잘하고, 눈도 계속 뜨고 계신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엄마 면회하며 틈틈히 찍은 사진이 형제들 단톡방에 실시간 올라온다. 예상대로 엄마는 여느때 보기 드물었던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늘 감고 있던 눈도 번쩍 뜬채 막내를 격하게 반기고 계셨다. 막내가 만들어낸 기적? ㅎㅎ 면회를 끝내고 돌아서는 아쉬운 시간, 엄마도 그 시간이 아쉽다. 막내가 맹맹한 목소리..
수욜 엄청나게 쏟아지던 장맛비에 묶었던 발을 이틀이 지나 풀러놓는다. 점심을 먹고 엄마에게 갈 준비를 서두른다. 달콤하고 향긋한 말랑이 황도와 파운드케잌 조금, 그리고 작은 채소음료 한팩, 오늘 엄마 간식이다. 엄마는 오늘도 컨디션이 그렇다. 그냥저냥 앉아서 눈만 감고 세월을 센다. '엄마~ 누가 왔게요? 몰라유~ 엥? 몰 몰라, 작은딸이 누구여? ㅁ수니? 맞아, ㅁ수니잖아. 잘 알면서 몰 모른다고 하셔~ 그럼 돼요? 안돼요? 몰라! 어제그제 큰오빠네 왔었잖아~! 큰며늘이랑 몬 재밌는 얘기했어요? 사진보니까 엄청 신나게 웃고 있던데...... 몰라, 몬 말했는지..... 엄마~ 잘생각해 보셔. 몬 얘기하고 신났었는지 알 수 있을 걸~ 재밌던 건 딸한테도 말해 줘야지, 안그래요? 몰라, 몬말했는지 생각 안..
지난 수욜, 후니 전화 '이모~ 토욜에 할머닌테 가뵈려고요. 할머니 요양원 가시고 한번도 못가뵈서...... 으응~ 힘들어서 어케 가려고? 뭐 자주가는 이모가 힘들지..... 기차타고 원주가서 소카빌려 들어감 되니 괜찮아요. 그려~ 할머니랑 얘기가 잘 안될 수도 있어. 동문서답이나 할머니 기억속 어딘가에 있던 말만하다가 끝날수도 있고, 널 기억 못하거나 말씀을 안하실수도 있어. 코로나때문에 한동안 못가다가 울4식구 면회갔던 날은 화나셔서 암말씀도 안하셨잖아. ㅎㅎ 울집 세남자가 나실제 괴로움......도 부르고 사간 화분도 안겨드리고 온갖 애교떨어서 끝판에 좀 웃으시고 기억도 하시면서 드문드문 얘기나누다 왔다니..... ㅎㅎ 알써요. 이모 각오?하고 갈게요. 면회시간이 길지는 않을테니.... 그럼 그것에..
작은아들내외가 찾아와서 엄마는 기분이 좋았을까? 무슨 얘길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늘 자식들과 행복했던 것만 엄마 기억속에 남아있음 좋겠다. 엄마의 삶에서 지난했던 역사의 소용돌이를 건너느라 슬프고 아팠던 기억은 모두 잊고 행복한 기억만으로 엄마의 남은 시간이 충만했음 좋겠다.
밤새 주무시지 않을 것처럼 말씀을 하시던 엄마도 주무시고 딸들도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펜션주변을 다시 한바퀴 둘러본다. 꽃뜨루(꽃피는 들)펜션, 이름처럼 꽃들이 피어있다. 머리 허연 작은사위와 작은아들이 누워계신 엄마를 일으켜 안느라 쩔쩔맨다. 둘이 허허 웃으며 안간힘을 쓰고 엄마도 안겨서 웃는다. 어제 요양원에서 오실 땐 낮은차 작은차를 타셨지만, 오늘 요양원으로 돌아가실 땐 큰사위의 커단 고급승용차를 타셨다. 자식들과의 1박2일이 행복하셔서인지 엄마는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면서도 기분이 좋으셨다. 엄마~ 건강하시고, 행복한 기억만 하셔~ 다시 올게요.
날라리 신자인 내가 고등동으로 이사와 소공동체 반장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시국에 새로 입주하는 단지라 아무 것도 할 수 없긴했지만, 그래서 더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오늘, 부임하신지 2년이 채 안된 주임신부님이 갑작스런 대리구청 발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공동체 회의에 함께 하셨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일제히 멈췄던 교회활동, 이제 기지개를 켜며 근 3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소공동체 회의. 그리고 이임하시는 주임신부님이 소공동체 봉사자들에게 응원 선물로 떡과 음료를 주셨다. 엄마면회에 맞춤해 엄마에게 드릴 간식으로 팥시루떡과 음료를 챙기고~ 신부님이 주셨다하면 엄마가 좋아하실터, 참 잘됐다. '엄마~' 부르자 마자 바로 알아보는 엄마다. 작은딸 ㅇ수니가 왔구만..... 오늘은 엄마 고모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