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요양원 (46)
소소리바람이 불면~
태풍오기전 엄만테 다녀와야지 싶어 점심먹고 후다닥 길을 나선다. 태풍소식 때문인가 길은 시원스레 뚫려있다.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요양원 사무장님과 잔치에 가느냐 물으며 나오신 엄마는 인사도 없이 내게 잔치집에 왔냐는데, 누구 잔치? ㅎㅎ 머릿 속 생각은 많은데 그에 맞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게 뭐더라, 그거 있잖아'를 반복하신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엄마는 뜬금맞게 상선네 잔치라는데 그집에 할아버지들이 네댓명 모여 놀고 있다시네. '잔치집에 할아버지들이 모여 놀고 있다고? 응~ 거기 못생긴 할아범 있잖아~ 못생긴 할아범이 누군데? 있잖아 그...그.... 하여튼 할아범들이 모여 놀고 있어. 근데 엄마 상선네 누가 결혼해? ㅅㅅ네? ㅈㅇ가 결혼하잖아~ 아, ㅈㅇ가 결혼하는거야? 엄마도 축하손님으로 결혼식..
지난주엔 막내(6일)부터 시작해 큰오빠네(10일), 작은오빠네(11일)까지 엄마가 면회로 바쁜주였지. 이번주엔 내가 주 후반에 실실 엄만테 간다. 이번주도 계속 쾌청하시려나? 오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요근래와는 아주 딴판이다. '누가 왔게요? 몰라요.' 시큰둥한 엄마, '유춘자씨~ 네. 유춘자씨 맞아요? 예, 유춘자 맞아요. 아~ 그렇군요. 유춘자씨, 그럼 저는 누굴까요? 몰라요. 정말 몰라요? 네, 누군지 몰라요. 그럼 김ㅁ수닌 알아요? 김ㅁ수니요? 김ㅁ수니가 난가? 유춘자랑 김ㅁ수니가 같은 사람예요? 아닌가? 잘모르겠네.' '에이~ 어떻게 유춘자가 김ㅁ수니예요. 유춘자는 엄마고 김ㅁ수니는 딸이고...... 이제 생각이 좀 나요? 그릉가? 목소릴 들어보니 우리딸 같기도 하고~ 에고~ 이러면 제가 섭하..
징검다리 연휴 끝날, 막내와 벼리가 엄마 면회를 했다지. 산청에 삶의자릴 두고 아직 정년이 좀 남아있는 막내와 삼송에 보금자릴 꾸민 벼리가 새벽같이 움직여 위. 아래로 달려와 엄마가 계신 요양원에서 모자상봉?도 하고 엄마 면회도 하고...... 늘 그리운 막내딸이 타 준 커피도 행복하게 마시고, 엄마가 좋아하던 이미자 노래 섬마을 선생님도 부르며 엄마는 무쟈게 신이 나셨다지. 그래서 쾌청한? 정신으로 손주이름도 한결이가 아닌 한별이로 바로 부르시고, 자식들도 잘 기억해내고 기도도 잘하시고~ '막내야~ 나 너랑 살고 싶어. 너랑 살면 매일미사도 하고 좀 좋아~' 마음 속 깊이 바라는 말씀도 하셔서 끝내는 다 큰 손주 울음보를 터뜨려주셨다지. 면회가 끝나가는 시간, 점심먹고 다시 나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는 ..
일주만에 커피 한나 싸들고 엄마에게 달려간다. 오늘 만나게 될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흐린 정신으로 심드렁하니 면회실로 나오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의외로 쾌청하다. 늘 감고 있던 눈도 번쩍 뜨고 지난주와는 다르게 숸 딸이 왔구나 바로 알아도 보고...... 이런저런 일주간의 안녕을 주고받다가 열심히 기다리는 커피시간~ '너도 마셔~' 처음으로 같이 커피를 마시자 권하던 엄마는 커피를 마시며 사뭇 행복하다. '지난주엔 엄마 커피 마시면서 손을 많이 떨더니 오늘은 안떠네. 무서운게 없나보지. 그러니가 안떨겠지.' 엄마는 무심하게 진담같은 농담을 던지고 ㅇㅎㅎㅎ 기분좋게 웃는다. '상식이 왔었어요? 아니~ 근데 왔었는데 내가 까먹었는지도 몰라~ 날마다 까먹기만하거등...... 영자가 델꼬 왔었는..
지난주엔 울나라에 없었던 터라 엄만테 갈수가 없었다. '담주엔 못와요. 울지말고 한주 기다리셔~' 하던 딸에게 '다큰게 몰 울어' 대답하던 엄마에게 부지런히 달려가는 길, 도로사정도, 다른 여건들도 별일없이 안녕이다. 누가 왔게요? 면회실로 나온 엄마에게 묻자 눈을 꽉 감은 채 엄마는 아주 시크하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엄마 누가 왔는지 정말 몰라요? 지난주엔 일본 가서 못온다 했는데 그새 잃어버린거? 몰라~ 딸이 왔나~? 맞아, 딸이 왔잖아~ 딸, 어떤 딸이 왔어? 딸 이름이 뭐야? 몰라, ㅁ수닌가?' 아무래도 엄마에게 커피라는 약을 좀 드려야 할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 줄라고 모 갖고 왔는데, 그게 뭔지 알아맞혀봐.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건데..... 나 좋아하는 것도 몰라. 다 잊어..
옛날과 가까운 과거의 기억이 뒤섞인 엄마의 세상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오빠의 전언. 커피 드시지 말라니 짜증도 내셨다고~ ㅎㅎ 좋아하던 커피를 1주에 한번 드실수 있는 기회가 면회때인데 드시지 말라니 짜증이 날 수도..... 엄마~ 걍 드시고 싶은거 드세요.
큰오빠네를 맞은 엄마는 계속 졸고 계셨다네. 어제밤에 혼자 얘기하시느라 밤을 꼴딱 새셨다는데 누구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신걸까? 밤을 새워 얘길 하실만큼이니 엄마가 기분좋고 행복한 얘기거리였겠지.
아들과 점심을 먹고 바쁘게 엄마를 보러 간다. 지난 2일에 다녀오고 일상에 쫓기다 또 1주가 넘어선 오늘에야 나선 길이라 엄마 마음 한구석에 또 섭섭함이 또아릴 틀고 있을터~ 문막휴게소에 잠깐 쉬러 들른 시간, 들어온 문자 하나-'오늘은 조금 먼나라 가셨네요' 작은오빠의 엄마 면회 일성~ ㅎㅎ 아무래도 엄마가 지난 2일 면회 때 처럼 맥락없는 이야길 왔다갔다 하시는가 보았다. '나 시방 문막, 오늘은 엄마가 두번이나 면회실로 나오셔야 하네.' 엄마 힘들어한다고 요양원측에서 한소리 안할라나몰라~ 엄마는 오늘, 지난번처럼 들뜨고 흥분한? 모습없이 면회실로 나오셨다. 좀전에 작은오빠가 다녀간거 생각나냐니 모른댄다. ㅎㅎ 아니 좀전에 작은오빠 왔다갔는데 모른다하면 오빠 섭하지~ 그런가? 근데 넌 누구냐? 누구긴..
지난 2일 면회 때 몬가 들떠 괘니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하던 엄마가 오늘, 큰오빠네 면회엔 다시 컨디션이 바닥을 쳐 면회시간에 계속 졸고 계셨다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육신은 그만큼 사위어가겠지. 요양원 측에서 암것도 드시게 하지 말라해서 물 한모금도 못드렸다는 전언에 편치 않은 마음!
오늘은 엄마가 요양원에 입소한 지 1년하고도 2일이 되는 날, 치매끼로 식사를 거부하는 엄마를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요양원에 모시고 아프고 힘든 시간들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지난주 면회 때 벌써 가느냐고 아쉬워하는 엄마를 두고 강제 면회종료를 했었다. 까닭인즉슨 어르신들 저녁 드실시간이라나? 오잉~ 오늘은 몬 저녁시간이 일케 빠른겨? 한참 신나서 말씀하시던 엄마는 딸들과 급한 마무리로 주님의 기도를 또렷하게 바치시고 요양선생님 손에 이끌려 들어가셨다. 이런~ 황당한 면회 끝이라니... 3시 정확하게 면회 신청을 하고도 10분을 넘게 기다려서야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셨다. 누가 왔게요? ㅁ수니가 왔지. 시작은 여느때와 같았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잠?속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밤에 어쩌려고 주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