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 이야기 (178)
소소리바람이 불면~
지난주엔 내내 일정이 애매하게 꼬여 있어 결국 엄마에게 못가 무거운 마음~ 이번주에도 일정이 애매해 억지로라도 엄마에게 갈수있는 날은 내일뿐이라....... 오늘 아침 내일 엄만테 가자는 옆지기 말에 선뜻 대답을 못했는데, 그런데 오늘 큰오빠네가 엄마면회를 갔다네. 엄마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엄마는 여러모로 쾌청하셨다네. 사진에도 쾌청해보여 좋다. 그래도 내일, 열일을 제쳐두고 엄만테 다녀와야 내할일 다하는거라 맘이 편하겠지...... ㅎㅎ
엄마간식으로 두유와 바나나, 삶은고구마와 카스테라를 아주 조금씩 챙긴다. 오늘, 엄마는 무엇을 드시겠다하려는지...... 첫목요일이라 엄마 봉성체가 있으려나 싶어 시간맞춰 달려갔는데 성당에 무슨 사정이 있어 이번달은 봉성체가 없나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은 지난주에 견줘 얼굴표정도 밝고 나름 쾌청하다. 저물고 있는 엄마의 시간은 흐렸다가 맑았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오늘처럼 쾌청하기도 했다가 나날이 변화무쌍이다. 그렇게도 좋아하던 달달구리 믹스커피를 엄마는 어떻게 한순간 잊으신걸까? 커피를 마시려 딸을 기다린다던 엄마는, 옆구리 찌르며 커피를 청하던 엄마는 이제 없다. 면회실 창밖으로 쌓인 눈을 보며 엄마랑 나누는 겨울이야기~ '엄마~ 창밖엔 눈이 내려 쌓여있어. 눈은 어떻게 내리지? 눈이 왔어? 눈..
엄마에게 가는 길, 혹시 싶어 음료 두가지를 준비한다. 오늘 엄마는 어떤 컨디션으로 딸을 맞아주실까?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아주 차분하시다. '누가 왔을까요? 딸이 왔겠지. 어떤 딸? ㅁ수닌가 ㅁ수긴가..... ㅁ수니가 왔지. 그릉가? 잘있었어요? 잠도 잘자고 밥도 잘먹고 화장실도 잘가고? 그럼, 잘먹고 잘자고 다 잘해. 걱정하지 마. 에고~ 울엄마 다 잘했다니 상줘야겠네. 엄마~ 오늘 딸이 모갖고 왔을까? 몰라~ 두유하고 복숭아쥬스갖고 왔는데 모 드실려? 복숭아쥬스 맛있을거 같은데 함 드려볼까? 아니 그냥 두유줘. 두유~ 알써. 두유 조금 마셔보고 복숭아도 드시고 싶음 말해. 그럼 복숭아 쥬스도 드릴게. 싫어. 두유만 먹을래. 그래요. 두유만 드셔. ㅎㅎ' 두유 반컵을 드시고 더 안드시겠단다. '글믄 ..
큰오빠네랑 함께 한 오늘 엄마 컨디션 쾌청~ 동백아가씨도 부르고 1시간이나 유흥을 즐기셨다지. 음하하~ 두유도 맛있게 두번이나 때리셨다네. 이제 커피가 아니라 두유로 입맛을 바꾸신건가?
오늘은 옆지기와 같이 엄만테 간다. 누가왔는가 묻는말에 딸이 왔지. 딸이 누구랑 같이 왔을까? 몰라~ 엄마 오늘은 이스방이 같이 왔어요. 수원딸 신랑, 엄마 세째사위~ ㅇ규가 왔다구요. 그래? 이스방이 왔어. 좋구만~ 날씨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인사를 하며 엄마의 기억회로가 움직이길 기다린다. 엄마, 오늘 이스방이 엄마랑 재미있는 얘기하고 싶대요. 이스방이랑 얘기 잠깐 나누셔~ 이스방이 틀어주는 노래도 듣고, 이스방이 혼신을 다해 전하는 J얘기도 듣고~ 좋구만~ 맞장구치다가 이스방의 확인질문에 늘 하던 것처럼 몰라~ 내가 바보천치가 돼서 암것도 몰라~ 로 사위와 나눈 진지한? 대화를 마무리하는 엄마~ ㅍㅎㅎ~ 이스방과 바톤터치, 딸과 가벼운 수다떨기, 엄마랑 겨울이야기를 나눈다. 추운겨울, 펄펄내려 소복..
지난주 면회 땐 신부님 모시고 봉성체도 하고, 신부님 모시고 버덩말 따님, 영자레지나도 왔었으니 엄마 기분이 좋았었지. 오늘 그 기억을 가지고 계시려나? 면회실로 나온 엄마 컨디션은 쏘쏘~ '지난주에 버덩말 딸 영자레지나가 왔던 것 생각나~ 엄마? 영자가 왔었어? 응, 신부님 모시고 와서 엄마보고 갔잖아. 지난주에 엄마 성체도 모셨지. 엄마는 안흥성당신자라고 숸딸이 알려드렸는데 엄마가 안중성당이라해서 같이 막 웃었잖아~ 그랬나~? 엄마 어짜피 영자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 동생들 얘기 좀 해볼까? 영자가 누구야? 영자? 몰라~ 모르긴 몰몰라, 엄마 막내동생이 영자잖아.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강릉으로 시집갔지? 고등학교 영어선생하던 조서방이 엄마 제부잖아~ 그랬나? 영자가 강릉으로 시집갔었구..
지난 주 불쾌하게 엄마면회를 끝낸 닷새 뒤 무거운 맘으로 엄만테 달려간다. 오늘은 호랑말코양반이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에 호랑말코양반이 오늘은 아주 친절모드다. 정말 이해하기 쉽잖은 성향, 변덕인걸까? 아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순간 감정조절이 안되는 걸까? 어쨌든 오늘은 친절모드니 그럭저럭 평타는 치겠다. 지난주 버럭을 생각할 수 없는 말투, ㅎㅎ적응이 안된다. '좀 있다가 신부님 오신대요. 아~ 그래요? 잘됐네요.' 신부님은 2시 30분에 오신다는데, 엄마는 부지런히 면회실로 나오셨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오늘은 나름 컨디션을 되찾으신 것 같다. 신부님 봉성체 오시기 전 엄마랑 간단한 얘기나누기, 엄마~ 누가 왔게요? 딸이 왔겠지. 맞아, 딸이 왔어. 엄마가 다니는 성당이름이 뭐야..
작은오빠네의 짧은 면회(26일) 사진을 제주에서 보고, 수욜 부지런히 엄마에게 달려간다. 요양사선생님이 아닌 부원장?이 엄마를 모시고 나왔다. '엄마 커피주지 말아요. 몬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딸만 왔다가면 엄마 섬망증세가 심해져요.' 갑자기 짜증을 내며 윽박지르는 소리에 기가 막히다. 대체 이양반은 요양원을 왜 하는 걸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치매걸린 엄마랑 딸이 무슨 얘길할까요? 엄마 기억에 따라 맞장구도 치고, 옛날 얘기도 하고 비가 오면 비 얘기, 추우면 군불 뜨시게 때주던 아버지 얘기, 엄마 컨디션에 따라 주제를 바꿔가며 얘기나누는게 뭐가 문젠데요? 다른 형제들이 엄마면회 온 날은 괜찮고 제가 오면 문제라는 거예요?' 단전 저 아래에서 깊이 치밀어오르는 화, 지긋이 누르는 내 말톤에도 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