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 이야기 (178)
소소리바람이 불면~
제주에서 받은 작은오빠네 엄마면회 사진, 비싼? 파랑포도 한알 드시며 오만상을 다 찡그렸네~ ㅎㅎ 작은오빠 전언에 짧은 면회를 끝냈다니 어디 컨디션이 안좋으신건가?
오늘 엄마는 또 어떤 모습으로 딸과 만날까? 만날 때마다 새로운 엄마의 세상~ 엄마는 면회실로 나오면서부터 기분이 좋으시다. '유춘자씨, 오늘 기분 무쟈게 좋네요~ 모가 글케 좋아요? 우리딸이 나보러 왔는데 좋지. 니가 와서 너무 좋아~ 내가 너만 기다리잖아...... 딸이 오는게 뭐가 그리 좋은데? 재미있잖아~ 니가 오면 떠들레 재미있는 소리 마이 하잖아~ 아~ 글쿠나, 딸이 오면 엄마랑 수다를 많이 떨어 엄마가 좋구나~ 응, 안심심하니까~' 그래, 엄마가 많이 심심하실거야~ 보이지 않는 눈과 잘들리지 않는 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몸, 바쁜 요양사선생님들이 엄마만 살펴줄 수는 없을테니...... '그리고 또 모가 좋아? 니가 커피갖고 오잖아~ 내가 너 오기만 기다린다니..... 딸..
오늘은 엄마의 가장 큰 기쁨인 큰아들, 오빠네가 엄마를 면회했네. 바다처럼 파란 옷색깔 때문인가 엄마 얼굴이 맑아보인다. 오빠네랑 만나고 있는 시간내내 엄마는 훨훨 나는 새를 보셨다지~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육신이 자유롭고 싶어 온통 생각과 눈에 새가 보이는 걸까?
비가 내린다. 오늘 엄마에게 가는 길은 비속에 젖어있다. 고맙게도? 옆지기가 엄만테 같이 간다고 연차를 내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은 옆지기, 오늘은 엄마가 어떤 답을 하실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성당형님이 울엄마 생각하며 사왔다는 한살림 쌀과자, 손톱만큼 떼어 드리니 오물오물 드시고 다른거 그만주고 커피를 달라신다. ㅎㅎ 대단한 커피마니아 울엄마~! 엄마랑 나누는 계절이야기, 비가 온다고 했더니 '그럼 추워지겠네~' 하신다. 그래요~ 엄마, 비그치면 추워질거야. '추워지는 때를 모라하지? 추워짐 겨울이지~ 울엄마 잘아네. 추워짐 겨울이지? 겨울엔 비가 아니라 뭐가 오더라~? 겨울엔 하얀눈이 펑펑와서 소복소복 쌓여~ 울엄마 오늘 으뜸! 생각잇기를 아주 잘했어~ 상으로 모줄까? 상? 커피..
11월 특유의 꾸물꾸물한 날씨, 그래도 엄만테는 갔다와야지. 아들과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간단하게 엄마 간식을 챙긴다. 면회실로 나온 엄마는 오늘도 쾌청하다. 누가 왔을까 묻는 딸에게 '커피주는 딸, ㅁ수니가 왔지. 목소릴 들어보면 알 수 있어.' 기분좋게 시작을 한다. 포도와 고구마를 한조각씩 드신 엄마는 커피를 달라신다. 딸보다 딸이 가져오는 커피를 더 기다리고 좋아하는 엄마가 귀엽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엄마 지금 밖엔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꼈어. 비구름은 무슨 색이더라? 비올라 하는 구름은 검은 구름이지. 구름이 끼면 하늘이깜깜해지거든~ 맞아, 비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사방이 어두워지지. 이렇게 비가 오고나면 추워지잖아. 추우면 뭐했었지? 우리~ ..
오늘은 옆지기랑 엄마에게 간다. 한가위에 엄마를 보러갔던 옆지기가 한달이 좀 넘은 오늘 엄마에게 간다고 연차를 냈다. 열심히 달려달려 요양원에 도착, 오잉~ 엄마랑 순덕언니?가 면회실에 나와계신다. 반가운 신부님도 계시고 안흥성당 교우님들도 몇 분이 함께 오셨네. 아~ 엄마랑 순덕언니 봉성체가 막 끝난 상황~ 정말 다행이다. 엄마가 봉성체를 하실수 있었구나.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의 인지능력 때문에 고민만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신부님과 안흥성당 교우분께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네. 오랜만에 성체도 모시고 신부님과 교우들도 만났으니 이미 기분이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딸과 사위 더하여 커피도 왔으니 엄마가 얼마나 좋았겠어~ ㅎㅎ 옆지기가 믿는 그분과 엄마가 믿는 그분이..
엄마는 오늘 계를 탔다. 큰딸내외와 큰아들 내외, 그리고 큰손주(큰딸의 큰아들) 내외가 엄마면회를 간 것~ 큰손주가 바쁜 일상을 사느라 할머니 못찾아봬 맘을 많이 쓰더니 드뎌 시간을 낼수 있었나보다. 오늘은 엄마의 큰 자손들만 뭉친날~!
지난주엔 엄마 컨디션이 그닥이었지. 오늘은 어떠실까? 요양원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또다시 공사중이다. 오늘 엄마는 이상하다. 면회실로 나오실 때부터 기운이 하나도 없는~ 딸이 왔구나 하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잠이 드는 엄마, 마치 기면증환자같다. 지난 목요일 면회 때는 깨끗한 화장실을 찾느라 마음이 바쁘시더니 금요일 코로나와 독감예방접종 계획이라던 요양원측의 설명대로 예방접종을 하신 엄마는 병든 병아리처럼 맥을 못춘다. 좋아하는 커피를 가져왔다는 딸말에 '커피줘~' 하다가 잠속으로 빠져드는 엄마다. 결국 그 좋아하는 커피도 한잔 못드시고 엄마는 잠에 빠져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르신들 예방접종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요양원 설명을 들으며 끝내는 짧은 면회~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비 그치면 계절이 아주 깊어지겠지. 비내리는 고속도로는 물안개에 앞이 안보이고, 엄마에게 가는 길은 안개속에 갇혀있다. '누가 왔게요? 작은딸이 왔겠지, 모~ 맞아, 작은딸이 왔지. 어제 그제는 오빠가 왔었지? 누구? 오빠~ 큰오빠, 엄마 큰아들~ 몰라. 왔었나보지. 내가 다 까먹잖아. 맛있지도 않은 걸 몰 글케 까먹고 그래~ 오빠가 맛있는거 갖고 왔었어? 그이가 오빤가~ 내가 오빠라고 불렀잖아...... 누구? 누구한테 엄마가 오빠라고 불렀는데? 외삼촌? 아니 그게 아니라 ㅎㅎ 엄마 아버지한테 오빠라고 불렀어? 그럼~ 내가 오빠~ 그렇게 불렀지. 누구한테? 아버지? 엄마 남편? 엄마남편이 누구였지? 니네 아버지지. 글치. 엄마 남편이 울아버지지. 근데 아버지한테 엄마가 오빠라고..
큰오빠네 면회에도 엄마는 아주 쾌청하셨댄다. 오늘은 어쩐일로 나만 처음에 생각해내셨다네. 정작 내가 가면 나는 잘몰라보면서..... ㅎㅎ 그러다 조금씩 생각이 돌면서 천천히 ㅈ자, ㅇ지니, ㅎ지니, ㅁ수기를 기억해내시고, ㅈ노, ㅁ노, ㅇ경이, ㅁ이, ㅎ벼리, ㅎ늬, ㅎ리, ㅈ하니, ㅎ하니, ㅁ처리, ㅁ누기..... 손주들 이름까지 술술술 알아내셨다네. 벼리를 말할땐 ☆이 하나여서 ㅎ벼리라고 농도 던지시고 숫자놀이도 1백까지 신나게~ 한가위 이틀전부터 한가위까지 날마다 자식들을 만나서일까? 쾌청한 엄마가 그렇게 좋은 컨디션으로 잘지내시다 그분 품에서 편히 쉬셨음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