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풀꽃과 동무하기 (498)
소소리바람이 불면~
관곡지 2016. 7. 18. 연꽃 Nelumbo nucifera Gaertn. 수련과 불현듯 연향이 맡고 싶었다. 천형처럼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려 무진 애를 쓰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달려갔던 곳, 관곡지! 은은한듯 진하게 코끝을 스치던 연향, 눈물이 났다. '애많이 썼어. 잘버텨 온 날들을 축복해. 지금처럼만 걸어가자.' 관곡지는 시흥시 향토유적 8호로 지정된 이 연못으로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며 농학자였던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연꽃을 들여와 관곡자에 심은 뒤, 연꽃이 널리 퍼지면서 근방을 '연성'이라 부르기도 했다. 연성동이나 연성초등, 중학교 이름이 모두 관곡지에서 비롯되었다. 관곡지는 강희맹의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으며, 관곡지를 중심으로 3만평에 이르는..
개망초와 주홍부전나비, 대황교동 2017. 9. 11. 개망초 Erigeron annuus 국화과 길을 걷다보면 바람에 흔들려 인사하는 흰꽃이 앙증맞은 이 친구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달걀후라이꽃이라고도 부르는 개망초이다. 개망초는 해넘이 한해살이 풀로 밭이나 묵밭, 길가, 빈터 어디나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자란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귀화식물이다. 가을에 싹이 트면 로제트 상태로 겨울을 난다. 줄기는 뿌리잎 옆으로 내밀어 길게 자라고 전체에 짧고 굵은 털이 있다. 뿌리에서 난 잎은 로제트로 초봄에 볼 수 있으며 꽃피는 여름이 되면 말라버리고 줄기에서 난 잎은 어긋나며 전체에 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흰색 혀꽃(설상화:암꽃)이 가장자리로, 대롱꽃(관상화:양성화)이 가운데 모여 핀다...
산국 Dendranthema boreale 국화과 가을햇살이 화사하게 쏟아져 내리는 걷기 참 좋은 오후다. 일없이 거리로 나선다. 천천히 걷는 거리에 길가나무들이 곱게 물든 잎들을 날린다. 벚나무, 은행나무, 높은 하늘, 따가운 햇살, 이들이 있어 가을은 찬란하다. 네발나비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든 곳에 산국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과 들 양지에 무리지어 자란다. 토종 허브 식물 자원이다(국화차).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전체에 짧고 흰 털이 있다. 학명에 있는 Dendro(희랍어로 나무)는 줄기 아랫부분이 목질화되는 것에서 붙여졌다. 잎은 어긋나고 날개모양으로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졌다.잎 뒷면에 털이 있다. 꽃은 10-11월에 가지끝에서 핀다. 진한 노랑색으로 혀꽃과 대롱꽃(..
성당가는 길가 2017. 5. 14. 살갈퀴 콩과 Vicia angustifolia var. segetilis 성당가는 길은 쉬엄쉬엄 걷기 좋다. 사람길 옆 작은 둔덕으로 고개를 내민 들풀들이 저마다 곱다. 제비꽃, 민들레, 종지나물, 꽃마리가 두런두런 봄소식을 알릴 때면 조팝나무 또한 눈송이처럼 흰색꽃을 소담스레 피워낸다. 조팝나무 아래 붉은 보랏빛 꽃도 눈길을 끈다. 살갈퀴다. 살갈퀴는 두해살이풀로 전국의 밭이나 들 산 가장자리에 산다. 전체에 털이 있는 네모 줄기는 60~120cm 정도 자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잎 3-7쌍으로 이루어진 깃모양겹잎이다. 잎끝이 갈라져 덩굴손이 된다. 5월경 잎겨드랑이에 1-2개의 꽃이 달려 붉은보라색으로 핀다. 열매는 꼬투리로 털이 없으며 검은..
우리집 동백꽃 2015. 1. 5. 동백꽃 차나무과 camellia japonica 동백꽃은 이쁘다. 가지 끝에 진한 빨강색 꽃 한송이가 피어났다가 통으로 '툭' 떨어져 지는 모양도 고고하다. 늘푸른 넓은잎 작은키 나무이다. 줄기는 매우 단단하고 껍질은 회백색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두꺼우며 윤이 난다. 타원형 또는 긴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꽃은 이른봄 (12월~4월) 가지 끝에 한송이씩 빨갛게 피어난다. 꽃받침 5개, 꽃잎은 5-7장으로 우리 동백은 홑겹으로 핀다. 여러겹으로 피는 동백은 대개 일본동백이다. 꽃이 겨울에 피는 까닭에 우리나라에선 보기드문 조매화다. 반짝이는 녹색잎에 짙은 빨강 꽃잎, 그리고 탐스럽게 모여있는 샛노란 수술, 넉넉하게 넘치는 꿀은 겨울을 나는 동박새에게 매..
칠보산 2017. 5. 16. 칠보산 2017. 5. 16. 국수나무 장미과 Stephanandra incisa 수원의 서쪽에 있는 칠보산은 이름처럼 이쁘다. 칠보산은 수원과 안산과 화성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조선시대 수원부읍지에는 치악산으로 기록이 돼있다. 수원지명총람에 따르면 칠보산은 원래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의 8가지 보물이 있어 팔보산이라 불렀는데, 한 장사꾼이 황금수탉을 가져가버려 그뒤부터 칠보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다고 기록돼 있다. 봄이 무르익은 5월에 칠보산에 다녀왔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섶에 덤불을 이룬 꽃무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국수나무꽃이다. 국수나무는 전국의 숲에 흔하게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다. 빛이 잘드는 경사지대, 길가, 숲안 또는 가장자..
팔달산 화성 성곽 뒤에 무리져 곱던 멍석딸기 2017. 5. 23. 멍석딸기 장미과 Rubus parvifolius L. 햇살 좋은 5월의 나른한 오후에 팔달산을 오른다. 행궁주차장을 지나 상수리나무 옆 계단길을 걸어 팔달산으로 오르는 길은 잠깐 숨을 돌리고 싶을 만큼의 오르막이다. 그 오르막길 중간쯤에서 성신사를 보게 된다. 성신사(成神祠)는 화성 성역이 완료되는 시기에 정조의 특별 지시로 짓게 된 사당으로, 이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화성을 지키는 신을 모시는' 사당이다. 정조는 이 사당에 '화성성신 위패'를 봉안할 때, '우리 고장을 바다처럼 평안하고, 강물처럼 맑게 하소서!' 라는 축문을 직접 지어 하사할만큼 성신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렇듯 뜻깊은 성신사가 일제강점기에 헐리고 말았다. 그뒤 생..
올봄 극심한 봄가뭄을 이기고 피어난 자주개자리, 우시장천 2017. 5. 24. 자주개자리 콩과 Medicago sativa 곡정초등학교 옆으로 '우시장천'이라 부르는 작은 실개천이 흐른다. 1978년, 전국 3대 쇠전으로 명성이 높던 수원 우시장이 도시화에 밀려 곡반정동으로 옮기며 그 이름으로 불렸을 작은 개천이다. 이 작은 개천은 1996년 수원소시장이 문을 닫고, 물길이 끊어졌다가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중수도를 활용해 다시 만들어졌다. 2012년인가 처음 우시장천을 보고 이 척박한 곳에 누가 깃들여 살게 될까 걱정 아닌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그 기우도 잠시, 지금 그곳은 자주개자리와 벌노랑이, 토끼풀같은 콩씨네 집안 들풀들이 다른 많은 풀꽃들과 사이좋게 어깨를 마주한 채 살아가고 있다. ..